“우리나라 중·고 중국어 교과서에 김치→파오차이 오역”

입력 2021-06-29 10:02
김치를 파오차이로 오역한 교과서. 반크 제공

우리나라 중·고교생용 중국어 교과서에 김치가 ‘파오차이’(泡菜)로 잘못 번역돼있다고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가 29일 밝혔다.

반크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오역한 국내 대표적인 중국어 교과서 출판사인 다락원, 시사북스, 능률, 지학사, 정진 등을 대상으로 시정 운동에 착수했다.

반크에 따르면 지학사는 ‘한국 식당의 차림표’라는 소개에서 ‘김치라면전골’을 ‘파오차이라멘훠궈’로, 정진출판사는 한국 음식을 중국어로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하며 김치를 ‘파오차이’로 번역했다.

또 시사북스는 ‘너는 김치를 담글 줄 아니?’라고 묻는 예문에서 ‘파오차이를 담근다’(做泡菜)라고 번역했다. 능률출판사는 음식 맛을 묻고 답하는 표현에서 김치 삽화와 함께 ‘파오차이’(泡菜)와 ‘맵다’를 의미하는 단어 ‘辣’(랄)을 함께 제시해 ‘김치가 매워요’라는 문장을 완성하도록 하고 있다.

김치를 파오차이로 오역한 교과서. 반크 제공

특히 사시북스, 능률출판사의 경우 본문뿐만 아니라 어휘 색인에서도 파오차이(泡菜)를 김치로 뜻풀이를 하고 있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四川)성의 염장 채소로, 피클에 가까운 음식이다. 중국은 ‘파오차이’를 국제표준으로 정하면서 ‘한국 김치도 파오차이에 해당하므로 이젠 우리가 김치산업의 세계 표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크는 해당 출판사에 농림부가 제정한 김치의 중국어 표기인 ‘신치’(辛奇)로 바꾸거나, 김치 고유명사 그대로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반크는 “중국이 김치가 중국의 음식이라고 왜곡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영향력이 높은 출판사의 중국어 교재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로 소개하는 부분은 중국이 왜곡된 주장을 지속하고 국제 홍보에 악용할 수 있기에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김치를 자국 문화로 편입하려는 중국 측의 이른바 ‘김치 공정(工程)’이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스스로가 김치의 중국어 번역을 파오차이로 묵인하고 있다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크는 앞서 한국관광공사, EBS 중국어 수능 교재, 국립국어원 사이트 등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라 표기한 오류를 지적해 시정한 바 있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