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순간’ 노리는 최재형…낮은 인지도 극복·정치기반 확보가 관건

입력 2021-06-28 17:41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하면서 ‘대선 링’ 위로 오를 전망이다. 최 원장이 대권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고 ‘별의 순간’을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낮은 인지도와 허약한 정치 기반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여당은 최 원장을 겨냥해 “배신자”라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최 원장은 감사원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저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도 원장직 수행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아침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다.

최 원장은 특히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정치 입문 시기에는 “오늘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차차 말씀드리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가 6개월가량 남은 최 원장이 스스로 자리를 내놓은 자체가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명분으로 사퇴한 만큼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잠행’을 하면서 정치 스케줄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별의 순간’을 노리는 최 원장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체재가 아니라 ‘정치인 최재형’으로서의 대중적 인지도를 쌓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관으로 평생을 살아온 최 원장은 정치적 기반이 전무하고, 출발 역시 경쟁 주자들에 비해 늦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분권형 개헌론’을 내걸고 야권 내 지지세력 확보에 나설 수 있다. 분권형 개헌론자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공화국으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상황에서 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최 원장을 평가했다. 정 전 의장은 ‘최재형 띄우기’에 가장 적극적인 정치권 인사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개헌을 연결고리로 최 원장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 원장이 늦은 출발을 만회하기 위해 압축적으로 민심 청취 등을 한 후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윤 전 총장보다 빠른 입당을 통해 당내 지지 기반 우선 확보를 노릴 수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월 말 경선 버스 출발론’을 강조하는만큼 최 원장의 입당이 늦어도 8월 중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 원장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원장이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서자 거칠게 비난했다. 송영길 대표는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등장한 전두환정부에서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가 된 분”이라며 “민주화 인사에 대해 판사로서 단 한 번의 양심적 판결이나 발언을 했는지 찾아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광재 의원은 “탱크만 동원하지 않았지 군사 쿠데타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도 “배신의 계절인가, 독립운동하다가 독립운동 노선이 맞지 않는다고 곧바로 친일파가 되면 되겠느냐”며 최 원장을 ‘배신자’로 규정했다.

이상헌 김영선 이가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