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거센 압박에 대표적 반중 성향 매체인 빈과일보가 폐간한 데 이어 반중 온라인매체 입장신문은 향후 탄압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비상조치에 나섰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1년을 맞아 홍콩 언론의 자유가 풍전등화에 처한 모습이다.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생중계로 경찰의 시위대 탄압을 보도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던 입장신문은 27일 성명을 통해 “홍콩에 ‘문자의 옥(獄)’이 왔기 때문에 모든 후원자와 저자, 편집자 등을 보호하고 모든 부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5가지 공지사항을 발표한다”고 고지했다. 문자의 옥은 과거 중국에서 황제나 체제를 비판한 이를 처벌한 숙청 방식으로, 지식인에 대한 탄압을 뜻한다.
입장신문은 이전에 게재한 칼럼과 블로그 게시물, 독자 기고 등 모든 논평을 일시적으로 삭제했으며 해당 글의 위험성에 대해 논의한 후 게재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산압류 등 위험에 대비해 독자와 후원자들의 돈이 낭비되지 않도록 후원금 모집을 중단하고 신규 구독 신청도 받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민당의 마거릿 응 전 입법회 의원 등 이사회의 이사 8명 중 6명이 사임했다.
입장신문은 “지난 1년간 홍콩보안법이 우리에게 친숙한 홍콩을 변화시켰음에도 입장뉴스는 보도에 있어 금기나 한계를 설정하지 않았다”며 “대중의 이익, 뉴스 가치가 있는 사실과 의견을 전해왔고 이는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장신문의 이러한 선제적 조치는 조만간 중국 정부의 화살이 자신을 겨눌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홍콩 경찰은 지난 17일 빈과일보를 압수수색하고 자산 1800만 홍콩달러(약 26억원)를 동결했다. 이에 빈과일보는 직원 임금 지급 등 운영자금이 없어 결국 폐간을 선언했으며, 논설위원 2명은 외세와 결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27일 밤에는 영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또다른 빈과일보 논설위원 펑와이쿵(57)이 공항에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침례대 브루스 루이 강사는 “빈과일보 폐간 이후 입장신문 경영진은 자신들이 다음 타깃이 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언론 탄압이 거세지자 홍콩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홍콩의 핵심 가치”라며 “경찰이 여론과 언론계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홍콩 보안법을 이유로 언론인을 체포하면서도 언론의 자유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규탄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