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이물질을 활용한 부정투구에 대해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가운데, 시애틀 매리너스의 헥터 산티아고(34)가 처음으로 적발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산티아고는 28일(한국시간)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게런티드 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 5회 중 이뤄진 부정투구 검문에 걸려 퇴장 당했다.
산티아고는 전날 강우로 인해 3회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경기가 이날 재개되면서 마운드에 올랐다. 5회 말 1실점한 뒤 1사 만루에서 교체돼 내려오던 산티아고는 심판진에 이물질 검사를 받았다.
심판진은 산티아고의 글러브를 오랜 시간 살핀 뒤 산티아고에 퇴장 명령을 내렸다. 글러브는 비닐봉지에 넣어 MLB 사무국에 제출됐다. 스콧 서비스 시애틀 감독이 항의했지만 퇴장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MLB닷컴은 “산티아고는 이물질 단속 규정이 생긴 뒤 처음으로 퇴장당한 투수”라고 설명했다. 산티아고는 추가 조사에서 이물질을 활용한 게 확인될 경우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는다.
경기 뒤 산티아고는 심판진의 조치에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심판진이 글러브 안쪽에 끈적한 것이 있다며 나를 쫓아냈다”며 “글러브 안쪽의 끈적거림은 로진(송진)과 땀이 섞인 것이다. 땀이 팔뚝을 타고 글러브 안쪽까지 흘러들어 나는 양손에 로진을 바른다”고 설명했다.
로진은 소나무에서 분비되는 끈적한 액체로, 운동 선수들의 손이나 경기장 바닥 등의 미끄럼 방지제로 널리 쓰인다. 때문에 로진을 손에 바르면 안 된다는 규정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서비스 감독도 경기 뒤 “산티아고는 온 몸에 로진이 묻어 있었다”며 “구심이 그걸 글러브에 이물질을 바른 걸로 생각했다”며 반발했다.
MLB 사무국은 지난 22일부터 이물질 단속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 동안 이물질을 사용한 부정 투구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경기마다 부정투구 검사를 벌이는 등 이물질을 뿌리뽑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산티아고는 지난달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뒤 빅리그에서 8경기 14⅔이닝을 던져 1승 1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 중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