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영계에 청년 공개채용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민간 분야에서 찾겠다는 의도인데, 경영계는 청년 고용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최저임금 안정화를 제시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28일 삼성전자·현대차 등 30대 기업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청년 고용 문제 심각성을 알리고 대기업이 앞장서서 청년 채용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안 장관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의 고용 문제는 기업이 소중한 인적 자원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청년 고용 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와 기업에 모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기업이 청년을 채용할 때 수시채용보다 ‘공개채용’ 방식을 적극 활용해주길 바랐다. 수시채용 중심의 채용 변화로 인해 직무경력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다. 안 장관은 “청년들의 불안과 어려움이 해소되도록 공개채용 제도를 기업이 적극 활용해 달라”고 강조했다. 수시·경력직 채용에 대해서는 “기업별로 채용시스템을 점검해 직무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불합리한 차별 해소 등을 노력해 달라”고 덧붙였다.
경영계는 일자리를 늘리는 주체가 기업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청년 채용을 늘리겠다’는 확답은 하지 않았다. 청년들이 일할 기회를 얻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정부 요구대로 기업이 청년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24일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올해(8720원)보다 23.9% 오른 역대 최고액 1만800원을 요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 부담이 여전한데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 수준이나 코로나19 충격 등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최저임금 안정을 위해 노력해 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심의 권한을 갖지 않는 정부에 이런 부탁을 하는 건 대외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겠다는 포석이다.
경영계는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주 52시간 제도에 관한 우려도 표명했다. 손 회장은 “50인 미만 기업 중 25.7%가 만성적인 구인난과 추가 인건비 부담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며 “연장근로를 월 또는 연 단위로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