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가 2년여 동안 고수하던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내줬다. 넬리 코르다(23·미국)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다. 한국 여자골프는 총 4명의 선수가 참가할 2020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세계 최강의 자존심을 세워야 할 전망이다.
코르다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존스 크리크의 애틀란타 애슬래틱 클럽(파72·6831야드)에서 진행된 대회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코르다는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3위였던 코르다는 1위까지 순위를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올 시즌 상승세가 무서웠다. 지난 2월 게인브리지 LPGA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코르다는 지난주 마이어 LPGA 클래식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4라운드 15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기 전까지 49홀 연속 노보기 행진을 달렸을 정도.
이에 다승, 상금, 올해의 선수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른데 이어 이번엔 고대했던 랭킹 1위까지 쟁취했다. 미국 선수가 랭킹 1위에 오른 건 2014년 10월 스테이시 루이스 이후 약 7년 만이다. 코르다는 “14세 때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메이저 우승을 원했다”며 “이곳 애틀란타에서 놀라운 관중과 함께 꿈을 이뤄서 더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코르다의 질주에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은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기존까진 고진영(26)이 1위, 박인비(33)가 2위를 차지하며 한국 선수들이 순위표 상단을 점령하고 있었다. 또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은 LPGA 투어에서 매년 가장 많은 우승자를 배출한 국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미국 선수들의 기세가 월등히 좋았다. 코르다(3승)의 언니 제시카 코르다와 오스틴 언스트, 엘리 유잉이 각 1승씩 거두며 총 6승을 수확했다. 반면 한국은 박인비(KIA클래식)와 김효주(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가 각 1승씩을 따내는 데 그쳤다.
특히 고진영은 2019년 7월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이후 1년 11개월 동안 수성했던 왕좌에서 내려오게 됐다. 고진영은 코르다가 3승을 올리는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고, 코르다가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할 동안엔 공동 57위, 공동 46위에 그치는 등 올해 들어 성적이 좋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다음 달 열릴 도쿄올림픽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서야 할 전망이다. 도쿄올림픽 출전자 명단은 이번 대회 결과를 반영해 발표되는 세계랭킹에 따라 정해진다. 각 선수가 랭킹 15위 안에 들면, 국가 당 4명까지 출전권을 자력으로 확보할 수 있다.
현 랭킹 1·2·4위인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28)이 무난히 올림픽행을 확정지은 상태였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치며 공동 3위에 오른 랭킹 8위 김효주(26)까지 도쿄에서 메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김효주는 랭킹 16위 유소연(31)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올림픽 대표팀의 마지막 멤버가 됐다. 김효주는 지난달 초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직후 “팬들이 원한다”며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바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