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찐 청소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제주지역 청소년 비만율은 2006년 6%대에서 지난해 17%대로 크게 늘며 수년째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교육부가 전국 중·고등학교 재학생 5만49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제주 학생 비만율은 17.7%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는 같은 기간 비만율 2위 인천(14.8%)과 2.9%p 차이를 보였고, 가장 낮은 경기(10.7%)와는 무려 7%p 차를 나타냈다. 지난해(16.5%)보다는 1.2%p 증가했다.
제주의 학생 비만율은 매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시작한 2006년 6%대에서 지난해 17%대로 15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른 지역과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06년 제주지역 비만율은 6.3%로 당시 비만율이 가장 낮았던 전남(4.2%)과 2.5%p의 차이를 보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 해 제주(17.7%)와 비만율 최저 지자체(경기 10.7%)간 격차는 7%p까지 크게 벌어졌다. 제주는 2013년 이후 8년째 학생 비만율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 청소년들의 비만율이 증가하면서 제주교육청은 어린이보호구역을 걷기 좋게 정비하는 등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아침밥 먹고 걸어서 등교하기 운동을 장려하고 있다. 각 학교에서도 일과 전 운동장 걷기, 점심시간 줄넘기, 건강체력교실 운영 등 학교 실정에 맞는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에 비만 청소년이 계속해 늘어나는 것은 이동 시 주로 차량을 이용하는 데다 맞벌이 가구 비율이 높아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이석문 제주 교육감이 일선학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학생 비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학교장들은 매일 등하교 시간이면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로 일대에 교통난이 벌어진다며 차량 중심 의 도로 환경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는 통계청이 시도별 맞벌이 통계를 생산한 2011년 이후 전국 17개 지자체 중 맞벌이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건강행태조사에서도 제주지역 청소년들의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 등 비만 요인에 관한 항목이 평균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비만율은 질병관리청이 2017년 발표한 소아청소년 성장도표에 따른 연령별 체질량 지수 기준 95백분위수 이상인 사람의 분율을 나타낸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