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다처제’ 남아공, ‘일처다부제’도 허용할까

입력 2021-06-28 14:25
국민일보 DB

동성결혼과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처다부제를 허용하자는 정책 제안이 나온 뒤 보수 진영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BBC는 2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일처다부제를 허용하자는 정책적 제안을 내놓은 뒤 보수적인 지역에서 시위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정부의 이같은 제안은 정부가 여론 수렴을 위해 발표하는 문서인 ‘녹서(Green paper)’에 담겼다. 이 문서엔 일처다부제뿐만 아니라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 유대교도, 라스타파리아니즘 신도의 전통 결혼 역시 법적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담겼다.

BBC는 이에 대해 1994년 백인 정권이 끝난 뒤 이뤄지는 가장 큰 폭의 혼인법 개정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아프리카 기독민주당(ACDP)의 대표 케네스 메스호에 목사는 “(일처다부제가) 사회를 파괴할 것”이라며 “남자 중 한 명이 ‘당신은 내가 아닌 다른 남자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말할 때가 올 것이며 두 남자 사이에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슬람 알-자마당 대표도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더 많은 DNA 검사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4명의 아내를 두고 있는 방송인이자 기업인 무사 음셀레쿠 역시 “현재 여성은 남성의 역할을 맡을 수 없다. 남성이 여성의 성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며 “헌법에 있다고 그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처다부제가 일부다처제와 다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4명의 아내를 둔) 내 결혼 때문에 위선자라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침묵하는 것보다는 얘기하겠다”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일처다부제는) 아프리카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일처다부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혼인 제도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 콜리스 마초코 교수는 한때 케냐,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에서 일처다부제가 시행된 적 있으며 가봉에서는 현재도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처다부제를 시행하면 아이의 친부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마초코 교수는 “아이 문제는 간단하다. 그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그 집안 아이”라고 말했다.

여권 신장에 힘쓰는 현지 로펌 ‘여성법센터’(Women ‘s Legal Centre)도 “우리 사회의 특정 가부장적 견해에 도전한다고 해서 법 개혁을 거부할 순 없다”고 밝혔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