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에서 9000억원대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 중 일부는 번 돈을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에 투자해 배 가까운 수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사이트 운영자 등 1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해외 도피 중인 도박사이트 운영자 A(40대)씨는 여권 무효화 조치와 함께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했다.
도박사이트 이용자 17명도 입건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이들은 1인당 평균 1000만원 가량의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6년 3월부터 최근까지 회원 3300여명을 상대로 800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다. 이들은 국내 총책 B씨를 중심으로 회원관리팀, 충전·환전팀, 게시판관리팀, 국내 총판팀, 인출팀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A씨는 단속을 피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자, C씨에게 도박 사이트를 분양하고 운영기법, 도박금 입출금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이후 C씨는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회원 1800명을 상대로 1000억원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범죄수익추적 전문수사팀’을 투입, 이들이 가지고 있던 현금과 부동산 등 81억2000만원에 대해 압수나 ‘기소 전 추징보전’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사실은 경찰의 범죄 수익을 추적하는 과정에 밝혀졌다. C씨는 벌어들인 범죄 수익 대부분을 서울과 경기도의 부동산에 집중 투자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3채, 단독 주택 2채를 보유했으며 매입을 앞둔 부동산 계약도 있었다.
아파트의 경우 2019년 3월 20억원에 매입한 강남 압구정 한 아파트는 현재 28억원으로 시세가 형성됐고, 광진구의 한 아파트는 2019년 12억원에 매입해 지금 시가는 22억원에 달했다. 이들의 부동산 총 매입가는 30억원 상당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57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
경찰은 C씨 등이 ‘김제 마늘밭 현금 사건’ 때처럼 범죄 수익을 숨기기 위한 대안으로 부동산 쪽에 눈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C씨는 평소 희토류 등을 수입하는 무역회사 직원으로 위장 취업해 단속을 피해 왔으며 부동산도 자신의 명의로 거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사무실에서 여행 가방과 금고 안에 검은색 비닐로 싸 보관하던 5만원 짜리 돈다발 19억5000만원과 3000만원 상당 고급시계를 현장에서 압수했다고 설명했다. 또 볼보, 제네시스 등 고급차량 10대도 발견, 재산 동결 조치했다.
경찰은 “불법 도박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이어진 사안으로 판단하고 관계 당국에 해당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자금원과 도박사이트 불법 수익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세무조사 결과 이들이 범죄수익으로 해당 부동산을 구매한 사실이 확인되면 법원의 강제 집행을 통해 추징금을 부동산 매각 대금에서 추징하게 된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