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완치했는데도 4명 중 1명은 실직

입력 2021-06-28 11:21
암 생존자 재활 치료 장면. 국민일보DB

암 완치 판정을 받았어도 4명 가운데 1명은 직장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을 불치병이라 여긴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일자리를 상실할 위험이 3.1배 더 높았다.

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고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지 못한 환자들은 직장에서 내몰릴 위험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암 환자가 치료 후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직장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삼성융합의과학원 심성근 박사 연구팀은 화순전남대병원과 공동으로 2017년 10월~2018년 3월 암 생존자 433명(평균 52.2세)을 직접 만나 암에 대한 편견과 직장내에서 겪은 차별 등을 물었다.
암 생존자는 완치를 의미하는 5년을 넘겨 살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직장은 사무직이 67.6%(292명)로 가장 많았고 현장 노동자(16.4%, 71명), 서비스 및 영업직(16%, 69명) 등 순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암 생존자의 24%(104명)가 암 진단 후 직장을 잃었다고 답했다. 20.7%(90명)는 고용주나 동료로부터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친구나 이웃들이 암 환자인 본인을 외면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각각 24.2%, 22.4%였다.

환자 본인이 암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있는 경우 역시 적지 않았다. 의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암을 치료할 수 없을 것이라 여긴 환자는 21.7%나 됐다. 19.1%는 암이 완치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업무 수행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암 환자는 외모 만으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한 사람은 13.4%였다.

암 환자의 편견과 고정관념, 차별은 암 환자의 실업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특히 환자 스스로 암에 대한 고정관념이 크고 회복할 것이란 믿음이 부족할 때 일자리를 잃기 더욱 쉬웠다.

암이 불치병이라 여긴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3.1배 더 높았고 평소 암 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비친 환자 역시 일자리 상실 위험이 2.1배 높았다. 직장에서 차별을 경험한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실업 위험이 1.98배까지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암 생존자가 200만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암 환자의 일상 회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주희 교수는 28일 “암 환자 삶의 의미, 경제적 손실, 노동 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암 환자의 직장 복귀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제”라며 “암 환자가 치료에 집중하고 치료 후 정상으로 회복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직장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종양학회’ 최근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