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임기를 6개월여 남기고 28일 사퇴했다. 자신의 거취에 관한 논란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이어진 데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대선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최 원장은 당분간 물밑에서 자신의 정치행보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원장은 이날 감사원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저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도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아침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으며,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언급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 입문 시기와 관련해선 “오늘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인가’란 질문엔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최 원장은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자신의 향후 행보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중립성을 명분으로 사퇴한 상황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할 경우 모순적 행동을 한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할 우려가 있고, 정치권 기반도 없어 대선출마의 현실성 및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을 모두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 원장이 당초 예상됐던 사퇴 시기도 앞당기는 등 야권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시기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정치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을 오래 지체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경선 일정을 고려해 7월 중 정치참여를 선언하고 8월에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여권에선 최 원장을 향한 날선 목소리가 나왔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력기관의 장은 그 자리를 이용해 인기영합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그 부분을 해치를 결정을 (최 원장이) 내린 것에 대해 너무나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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