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유가족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군의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검찰단의 수사 및 국방부 감사관실의 감사 진행 상황 등에 불만을 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에 따르면 이 중사의 아버지는 28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한다. 이씨는 국방부 수사가 미진한 데다 군이 소극적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방부가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중사 아버지가 국방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에 이른 것 같다. 국방부가 입건 여부조차도 수사심의위에서 결정하겠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것이 유족 측이 상관들에 대한 고소에 직접 나서온 이유”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이씨의 입을 통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번 사건 관련 초동 수사를 했던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에 대해 직무 소홀 정황을 확인했으면서도 지난 24일까지 한 명도 입건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국방부 측은 부실수사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검증하는 작업과 법리 검토 등을 이유로 수사관을 피의자로 전환하지 않았다고 했다. ‘늑장 수사’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수사심의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비슷한 혐의를 받는 군검사는 증거 확보와 수사 진행을 위해 국방부 검찰단으로부터 이미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어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사본부는 25일에야 20비행단 군사경찰대 1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그는 지난 3월 5일 피해자 조사만 진행한 채 ‘가해자 불구속’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한 수사계장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중사 사건 관련 성추행과 2차 가해, 부실 지휘보고 등의 혐의로 피의자 전환된 인물은 19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중사가 직속상관인 노모 상사와 면담한 직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모를 휴대전화에 남긴 것에 대해 유족 측은 “알지 못했던 내용”이라며 놀랐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2차 가해 인물들이 ‘도움을 주려 했다, 이 중사가 신고를 머뭇거렸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중사의 메모에는 ‘조직이 날 버렸다. 내가 왜 가해자가 되는지 모르겠다. 더는 살 이유가 없다.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