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유튜브로… 대선 앞두고 경제부처 OB들 ‘존재감’

입력 2021-06-27 17:12

대선을 8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경제부처 출신 OB(올드보이)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직접 대선 캠프에 참여해 대선후보들의 ‘브레인’ 역할을 맡거나 중립을 지키면서도 책·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인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기본소득, 증세 등 경제 아젠더가 각 후보들 공약에 핵심이어서 이들의 활동반경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처 관료 출신 OB들이 대선 캠프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최근 윤석열 캠프에 공식 합류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행시 24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예산실장·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이 전 실장은 캠프에서 경제부문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 외에도 비공식적으로 각 대선캠프에서 경제참모로 활동하는 OB들도 많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모 로펌 A고문은 최근 공정경제 관련 이재명 경기도지사 쪽에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고 있다. 또 다른 경제부처 출신 과장은 윤석열 캠프에 중용돼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27일 “이석준 전 실장처럼 ‘커밍아웃’을 한 분들보다 로펌 등 소속기관에 몸담고 있으면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경제관료 OB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어느 진영에 서지 않으면서 책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경제가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OB들도 있다.


지난달 초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행정고시 19회) 등 전직 기재부 출신 관료들은 ‘대선 정책 제언용’ 책을 발간했다. ‘경제정책 어젠다 2022’라는 책 서문에는 “이 시대의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경제정책 과제와 해결방안을 모색했다”고 적혀있다. 이 책은 구체적으로는 연소득 1200만원 이하 취약계층에게 세금 환급 방식으로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행시 24회), 김낙회 전 관세청장(행시 27회),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행시 29회) 등이 공동저자다.

올해 초 김부겸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이찬우 전 기재부 차관보(행시 30회), 최영록 전 기재부 세제실장(행시 30회), 정국교 전 의원이 공동 집필한 ‘기로에 선 한국경제’도 있다. 이 전 차관보와 최 전 실장은 문재인정부 초기 경제정책 수립에 기여한 바 있다. 이들은 기본소득 정책의 공론화가 중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원장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 요직을 거친 김인호 전 경제수석은 유튜브에서 활약중이다. 김 전 수석은 올해 초 ‘김인호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개인 채널을 개설했으며 현재 50개가 넘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경제 전망, 부동산 문제 등 현안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 회고 등 경륜이 엿보이는 영상도 다수 업로드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는 대권 주자들의 경제 분야 공약 경쟁은 여느때보다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년 간 한국 경제정책의 ‘산 증인’ 격인 경제관료들의 전문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대선 결과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현 상황이 행동이 조심스런 경제관료 출신들까지 ‘베팅’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세종=신재희 이성규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