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사불벌죄인 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1심 판결 이후 이뤄졌다면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2월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하는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B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가 과거 상해·폭행 등으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누범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폭행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공소기각 판단을 내렸다. B씨가 A씨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 이유였다. 형법상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고, 기소했더라도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B씨가 표시한 것은 1심 선고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232조는 고소는 1심 판결 전까지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죄를 논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에 관해서도 이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1심 판결 전에 처벌불원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반의사불벌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