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징계위원 선정 권한을 보장한 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이 각하됐다.
헌재는 이날 윤 전 총장 측이 옛 검사징계법 5조 2항 2호 등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1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청구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기 전에 심리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헌재는 “해임, 면직, 정직 등의 징계처분이 있기 이전에 이미 청구인의 권리관계를 직접 변동시키거나 법적 지위를 확정시키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징계 확정을 위해서는 징계위원회 외에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위원회 구성 요건을 규정한 조항만으로 윤 전 총장이 기본권을 침해 당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기본권 침해는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해임·면직·정직 등 징계 처분을 할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이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점도 고려됐다. 헌재는 “집행행위에 대한 구제절차가 없거나 그 구제절차에서 권리구제의 기대 가능성이 없어 청구인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소송으로 권리구제 가능성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반면 이선애 재판관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고 본안 판단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심판 청구 당시 징계위원 다수를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거나 위촉하는 상황은 조항 자체로 명백한 상태였고, 이러한 사유는 징계를 청구한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원의 직을 겸하고 있었으므로 준사법기관인 검찰총장의 직무수행상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법무부 장관이 징계위원회를 주도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한 규정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검찰총장 징계 청구 권한을 가진 법무부 장관이 징계위원까지 지명·위촉하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옛 검사징계법 5조는 법무부 장관이 검사 징계위원회 위원 6명 중 5명을 지명·위촉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이 조항은 지난 1월 법조계와 학계 등에서 추천을 받는 방식으로 개정됐다.
윤 전 총장 측은 선고 직후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징계 처분 취소소송에서 절차적·실질적 위법성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제기한 행정 소송은 다음 달 19일 첫 증인신문을 앞두고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