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중공업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협력업체들로부터 각종 자재를 납품 받으면서 대금 지불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뒤 합의해 줄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24일 현대삼호중공업과 관련 업체 등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3월 매달 3차례에 걸쳐 자재 납품 대금을 지급하던 것을 두 차례로 줄이기로 하고 이를 100여개 협력업체에 통보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대금 지불 조건 변경에 대해 동의한다는 합의안을 협력업체에 요구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그동안 매달 1~10일과 11일~20일 납품된 자재에 대한 대금을 같은 달 20일과 30일에 각각 지급해 왔다. 21~30일 납품된 자재 대금은 다음달 10일 결제해 왔다.
하지만 이달부터 1~15일과 16~30일로 납품 기간을 조정한 뒤 대금 결제일을 같은 달 30일과 다음달 15일로 각각 바꿨다. 현대삼호중공업의 협력업체는 사내·외 170여개로, 이들 업체의 하청업체까지 합산하면 300여개가 넘는다.
이에 일부 협력업체들은 "직원들 인건비로 나갈 돈인데 자재 구매 발주업체가 결제를 미루면 영세업체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생사를 쥐고 있는 자재구매부장 이름으로 사전 설명도 없이 대금 지불 조건을 맘대로 조정하고 이마저도 합의해 줄 것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갑질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도 "대기업 자재구매부가 단가를 절상해 계약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다른 업체를 알아보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으로 놓고 있다"며 "회사 경영이 어렵지만 문을 닫을 수 없어 적자를 보면서도 일을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현대삼호중 관계자는 "기업이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자금 수지가 안 좋아 경영 개선을 해보자는 목적에서 지불 조건 변경을 추진했다"면서 "50여개 업체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협력업체가 많아 계약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암=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