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공작원 만나고 지령 받은 민간단체 연구원 구속기소

입력 2021-06-24 17:27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국민일보DB

국내에 잠입한 북한 공작원과 수차례 접촉한 혐의 등을 받는 이정훈(57)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이 구속기소됐다. 4‧27시대연구원은 민간분야 연구원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양동훈)는 24일 이씨를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씨는 2017년 4월 일본계 페루 국적으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 A씨와 4차례 만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A씨에게 자신의 활동 상황, 국내 진보진영 동향 등을 보고하고 암호화된 지령문 및 보고문 송수신 방법을 교육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 당국은 A씨에 대한 내사도 진행했지만 A씨는 이씨를 만난 뒤 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또 2018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북한 대남공작기구로부터 해외 웹하드를 통해 암호화된 지령문을 수신하고 5회에 걸쳐 보고문 14개를 발송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가 받은 지령문은 암호화 돼 있어 아직 내용이 확인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북한 주체사상, 세습독재, 선군정치, 핵무기 보유 등을 옹호‧찬양하는 내용의 책자 2권을 출판한 혐의(이적표현물 제작‧판매)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이씨의 저서는 ‘주체사상 에세이’, ‘北 바로 알기 100문 100답’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지난달 14일 국가정보원과 합동 수사를 벌여 이씨를 체포했다.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달 16일 발부됐고 지난 2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씨는 앞서 2006년 이른바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었다. 일심회 사건은 이씨 등 민주노동당 인사 5명이 북한 공작원에게 남한 내부 동향을 보고했다가 적발된 사건이다. 이씨가 체포되자 4‧27시대연구원은 “국가보안법 폐지 여론을 겨냥한 국정원의 모략극”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빈틈없는 공소유지로 범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에도 국정원, 경찰과 유기적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안보위해 사범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