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MZ세대 3명 중 2명이 부정적

입력 2021-06-24 17:22 수정 2021-06-27 17:26

‘MZ세대’ 3명 중 2명은 “한국 사회가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가 지령 1만호를 맞아 여론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2일 전국 만 18~39세 남녀 1000명(남성 522명, 여성 478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다.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67.9%가 “그렇지 않다”(‘전혀 그렇지 않다’ 14.4%, ‘그렇지 않은 편이다’ 53.5%)고 답했다. MZ세대는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다만 같은 MZ세대라도 본인이 인식하는 ‘경제 계층’에 따라 ‘공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스스로를 경제적 ‘하층’으로 여기는 청년은 74.5%가 ‘공정한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상층’ 청년은 56.1%가 같은 답을 골랐다.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한국 사회를 더 불공정하게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조사에 참여한 1000명 중 ‘하층’ 청년은 462명, ‘중층’은 431명, ‘상층’ 107명이었다.


MZ세대 10명 중 6명은 현재 중장년층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40, 50대가 20, 30대였던 시기에 비해 지금 20, 30대의 사회·경제적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1.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질문에서도 하층 청년은 64.7%가, 상층 청년은 50.5%가 ‘기회가 더 많지 않다’고 답해 계층별 차이를 보여줬다.

이와 같은 차이는 계층 상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상층 청년 10명 중 8명(79.4%)은 “나의 사회·경제적 계층이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답변했지만 하층 청년은 37.7%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 내에서도 계층에 따라 공정 이슈 등에 대한 태도가 다르며 이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20, 30대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격차와 차별성을 가장 민감하게 느낀다”며 “내가 조금 더 여건이 좋아서, 조금 더 많은 것이 주어졌다면 나에게도 기회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마음에 크게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는 능력에 따라 대가를 지급하는 ‘능력주의’에 긍정적이지만 고용 안정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와 책임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받는 ‘직무급제’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묻자 85.5%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오래 근무할수록 임금을 많이 받는 연공서열제에는 65.3%가 ‘찬성한다’고 했다. 직무급제와 연공서열제를 서로 대비하는 개념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적으로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78.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생산직 노조와 이에 반대하는 MZ세대 직원 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결과다. 이건우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위원장은 “고용 안정에 대한 20, 30대의 불안감이 매우 크다”며 “MZ세대가 바라는 보상에는 성과급 같은 일시적 보상도 있지만 정년 연장과 같은 고용 안정 차원의 보상도 있다”고 말했다.

만 40세 이상인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제한에 대한 입장은 ‘현 상태를 유지’(29.3%)하거나 오히려 ‘높여야 한다’(12.1%)는 의견(41.4%)이 ‘제한을 낮춰야 한다’(22.7%)와 ‘아예 없애야 한다’(14.7%)는 의견(37.4%)보다 더 우세했다.

현재 삶의 불안 정도를 0~10점(높을수록 불안)으로 표시해 달라는 주문에는 6~10점을 고른 응답이 46.8%였다. MZ세대 절반 가까이가 삶이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안정’을 뜻하는 0~4점 응답은 26.6%였다. 보통(5점)도 26.6%였다. 연령대별로는 25~29세(52.5%)가 상대적으로 더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활동 시기인 탓으로 분석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