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신세계가 이커머스 시장도 ‘접수’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약 3조4000억원에 인수한다. 이베이코리아를 품은 이마트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네이버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24일 이베이 미국 본사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지분 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이에 따라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넘겨받는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지난해 SSG닷컴 실적과 단순 합산했을 때 거래 규모 24조원, 시장점유율 15%로 단숨에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G마켓·옥션·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기준 거래액 20조원, 시장 점유율 12%로 이커머스 업계 3위 기업이었다.
1위는 네이버(27조원·18%), 2위는 쿠팡(22조원·13%)이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SSG닷컴은 거래액 약 4조원으로 시장점유율은 3% 정도였다.
인수 금액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는 정 부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을 주문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해 신세계그룹의 사업구조를 온라인과 디지털로 180도 전환하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의 270만 유료 회원, 20년 동안 두텁게 쌓아온 최대 규모의 판매자들을 넘겨받게 된다. 개발자 유치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베이코리아의 숙련된 IT 전문가들도 함께 얻으며 성장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신세계그룹 측은 “미래 유통은 온라인 강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단순히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기회를 사는 거래”라고 설명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이마트 부문에서 온라인 비중이 절반 수준에 이르게 된다. 미래 사업의 중심축을 한 번의 거래로 단숨에 온라인과 디지털로 옮긴 셈이다.
이마트는 앞으로 4년 동안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SSG닷컴의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 노하우를 토대로 투자를 이어가면서 물류 경쟁력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지각변동도 거세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기반을 탄탄히 갖춘 이마트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베이 인수는 온라인이 아니라 유통 판 전체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이마트 외에 롯데쇼핑, SK텔레콤, MBK파트너스가 참여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지난 7일 본입찰에 이마트와 롯데쇼핑만 참여했고, 최고액을 써낸 이마트가 최종 인수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마트는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이뤄 본입찰에 들어갔으나 네이버가 지난 22일 인수전 참여를 철회하면서 단독 인수를 하게 됐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