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8720원)보다 23.9% 오른 1만800원을 요구했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래 역대 최고액이다. 경영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했다. 근로자 위원들은 양대노총 단일안으로 올해보다 23.9% 오른 1만800원을 요구했다.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월 209시간)은 225만7200원이다. 노동계는 2019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1만790원을 요구안으로 제출한 적 있지만 1만800원 이상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근로자 위원 간사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비혼 단신 노동자 1인 생계비는 208만원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주 소득원이 다인 가구로 구성돼 있는 만큼 가구생계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간 1~2%대 역대 최저 수준 인상률과 저임금 노동자 확대 추세를 감안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영계는 노동계의 23.9% 인상 요구안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곧 삭감안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여지도 남겼다. 사용자 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노동계 요구안은 매우 유감”이라며 “한쪽에 과도한 비용 부담을 주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최저임금위원회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결론내지 못했다. 오는 29일 회의에서 찬반 표결에 붙일 예정이다. 경영계는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에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 반발에 가로막혔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