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논란 여파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이 최재형 감사원장의 몸값이 연일 오르고 있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빠지는 만큼 최 원장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일종의 ‘대체재’로 선택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최 원장에 대한 여권의 견제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2014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24일 발표한 결과, 윤 전 총장은 32.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2주 전 직전 조사보다는 2.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최 원장은 3.6%를 기록,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조사(1.5%)보다 2.1% 상승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결과에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최 원장에게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최 원장이 윤 전 총장 대체재 성격이 있고 그런 흐름이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며 “윤 전 총장은 이른바 ‘X파일’ 논란이 길어질수록 지지율 하방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 원장은 국민의힘에 연착륙할 것으로 예상되고 도덕성이나 스토리가 주목받으면서 지지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원장이 정치 활동 선언 후 윤 전 총장보다 국민의힘 입당이 더 빠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보다 정치 활동 선언은 늦었지만, 최 원장이 더 빨리 국민의힘에 입성한다면 당내 지지 기반을 선점해 늦은 출발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입당에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 채 독자 행보에 나선 윤 전 총장보다 최 원장 쪽은 입당에 적극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 원장 죽마고우인 강명훈 변호사는 “결국 최 원장이 정치를 한다면 야권으로 갈 것”이라며 “구체적인 진로는 본인이 생각해서 곧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도 “최 원장이 감사원장을 그만둔 후 바로 입당하기보다는 민심을 듣는 과정을 거친 후 들어올 것”이라며 “다만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에 그 기간은 짧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원장 존재감이 커지면서 여권의 견제구도 매서워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과 윤 전 총장이 야권 대권주자로 떠오른 데 대해 “배신한 사람이 문제지, 탕평인사가 문제냐”고 지적했다. 최 원장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 임기 중 박차고 나와 대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오버랩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고도의 도덕성과 중립성을 생각해 보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