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 신태인읍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경원(35)씨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농업에 문외한이었다. 수학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기간제 교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3년간 매년 재계약해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학원강사로 진로를 바꿨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람은 이어졌지만 또 다른 스트레스에 휩싸였다. 학생 성적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김씨 탓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렇게 3년여간 강사를 직업으로 삼다가 귀농을 결심했다.
7년 가까이 몸담았던 교육이라는 직업을 벗어던진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던 데다가 경제적으로도 농업이 더 낫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특히 부친의 영향이 컸다. 김씨는 “부친이 귀농을 권유하며 얼마나 버시는 지를 말씀하셨는데 당시 제 연봉의 10배에 달했다. (농업을) 이어줬으면 하셔서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발을 내딛은 농업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김씨에게 새로운 꿈을 안겨줬다. 지난해 10월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대출을 받아 1.2㏊ 규모 농지를 구매한 뒤 벼농사를 시작했다. 목적지는 스마트팜으로 잡았다. 김씨는 “딸기 생산 계획을 갖고 있다. 매일 미래를 준비하고 생각하는 일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가구,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팍팍한 도시 생활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귀농·귀촌에 날개를 달았다. 24일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 수는 35만7694가구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귀농·귀촌 가구 수는 2017년까지 매년 증가하다 2018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2년 연속 줄어들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들어 급반전했다.MZ세대(밀레니얼·Z세대) 비중이 늘어나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해 귀농 가구 중 30대 이하 가구 비중은 10.9%에 달하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00가구 중 11곳이 MZ세대인 셈이다. A씨처럼 1인 가구인 이들의 귀농이 적지 않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한 부분이다. 귀촌은 20대들이 특히 선호한다. 지난해 귀촌 가구 중 20.7%가 20대 이하였다. 역시 통계 작성이래 비중이 가장 컸다.
코로나19 불황이 ‘도시 탈출’ 불러
코로나19와 감소 현상이 맞물린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동향에 따르면 30대 이하 일자리는 전년 동기 대비 9만1000개 감소했다.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일자리의 경우 2019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감소세가 지속됐다. 도시에서 원하는 직장을 찾을 수 없다 보니 귀농·귀촌을 돌파구로 삼게 되는 현상이 심화된 거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과밀한 도시가 아닌 저밀도 사회에 대한 갈망이 커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