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병무청 복무지도관이 “기(氣)를 넣어주겠다”며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병무청은 피해 조사보다 복무지도관의 해명을 먼저 전달하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고소가 이뤄진 뒤 뒤늦게 감사에 돌입했다.
수원 남부경찰서는 지난 21일 경인지방병무청 소속 복무지도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중이라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5일 경기도 수원의 한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 B씨 바지를 걷어 올린 뒤 “손바닥에서 나오는 기를 넣어주겠다”며 B씨의 무릎을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B씨는 사회복무요원을 관리하는 복무지도관 A씨에게 비골신경증을 호소하며 근무지 재배정을 요청했다. 비골신경증은 신경 이상으로 해당 부위가 저리거나 심한 경우 마비 증상까지 오는 질환이다. B씨가 배치 받은 복지시설은 이동과 운반 업무가 많아 B씨는 근무지 재배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B씨 근무지로 찾아와 “상담을 해주겠다”며 CCTV가 없는 근무지 건물 옆 구석으로 데려갔다. 국민일보가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A씨는 B씨에게 “바지를 걷어보라. 지압으로 나의 힘을 넣어주겠다”라고 말했다. 당황한 B씨가 “바지가 잘 올라가지 않는다”며 거부했지만 A씨는 재차 “바지를 걷으라”고 했다고 한다. B씨는 상관인 복무지도관의 말에 바지를 걷었고, 이후 A씨가 무릎을 1분 가량 더듬듯이 만졌다. A씨는 “나으라고 기를 넣어주는 거다” “다리도 예쁘게 생겼는데 왜 아파서 그러냐”라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분리조치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사회복무요원 지도담당자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B씨는 병무청과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고 소관 기관인 병무청이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 접수 후 A씨는 B씨 근무지를 찾아 “그럴(성희롱 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다른 병무청 관계자도 “(A씨는) B씨가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일을 했다고 한다”고 거들었다. 민원에 대한 피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A씨 입장만 전달되자 B씨는 “문제를 덮으려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B씨는 결국 지난 17일 경찰에 강제추행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자 병무청은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병무청 관계자는 “A씨는 현재 병가를 낸 상태라 복무지도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며 “사건의 경위 등을 자체 감사를 통해 자세히 파악하고 A씨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병무청을 통해 A씨의 구체적인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A씨 아들 측은 “터무니 없는 거짓”이라며 “B씨에 대해 명예훼손 및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