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계층 사다리 복원’을 내걸며 서울시의회에 2021년 1차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당부했다. 형식은 ‘부탁’이었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오세훈표 공약’을 위한 예산을 줄줄이 전액 삭감하자 명분을 앞세워 시의회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24일 시청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방문해 추경 통과를 부탁한 사실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시의회가 제301회 정례회 회의에서 ‘서울런’과 ‘서울안심워치’ 등에 오 시장의 주요 공약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직접 시의회를 방문해 설득에 나선 것이다.
오 시장은 브리핑에서 교육·복지·일자리·주거 등 크게 4가지 사다리를 강조하며 정책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오 시장은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어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정책적 담론”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너져 내린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생각을 한다면 더욱 계층이동 사다리의 복원은 가장 절실한 정책적 과제”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논란이 된 ‘서울형 교육플랫폼 구축 사업’(서울런)의 정당성을 특히 강조했다. 서울런은 학력격차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 청소년, 대안교육기관 학생, 학교 밖 청소년 등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1타강사’로 불리는 유명 사교육 강사의 강의를 제공해 주목 받았다. 하지만 EBS 등 인터넷강의 플랫폼과 중복되고, 교육청의 권한을 침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즉각 나왔다. 또 공교육을 강화해야 할 서울시가 사교육 조장에 세금을 쏟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 시장은 이에 “교육사다리와 직결된 것이 서울형 교육플랫폼 구축 사업”이라며 “부모들의 소득수준과 지역적 한계에 따라 학습자원에의 접근조차도 차별적이라면 그것은 공정한 것도 아니고 상생은 더더군다나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당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저소득층에 원격수업을 위한 컴퓨터를 지급한 사실을 언급하며 정책 일관성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와 서울시 의회는 아이들의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저소득층에 컴퓨터 보급 예산을 책정해 아이들의 교육기회를 최대한 넓혀줄 수 있도록 정책을 시행했다”며 “그때 그 마음으로 부디 추경 원안을 통과시켜 교육사다리 복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사 간청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 맞춤형 1인 가구 지원, 공유 어린이집, 공공 키즈카페 등은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을 위해 꼭 필요하고, 더불어민주당의 가치와도 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의회 행정자치위는 1차 추가경정예산안 중 서울런 예산 58억원, 보건복지위는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사업 예산 47억원의 삭감을 결정했다. 예결위에서 수정 절차가 남은 만큼 시의회를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예결위에서 수정안을 만든다 해도 해당 상임위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