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우리 국민들의 세금이 더 이상 누군가의 배를 불리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면서 기획재정부 산하 조달청의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공공 조달시장 독점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지사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 ‘조달청 개혁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달청의 납품 등록 및 인증 위탁 업무를 수행하는 두 기관의 핵심 보직을 조달청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김승원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수원시갑)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조달청의 납품 등록·인증 위탁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조달마스협회와 정부조달우수제품협회의 핵심보직을 조달청 출신들이 10년 넘게 장악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그야말로 대를 이어 요직을 장악한 셈”이라면서 조달청 조달독점 폐단의 대안으로 ‘경기도 공정조달시스템’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두 협회는 공공 조달시장의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영세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협회를 거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공 조달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조달청에서 오랜 기간 이런 일들을 묵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참으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경쟁이 적어서 나타난 결과라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특정 소수의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면 강력한 처벌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의 조달청 기관운영종합감사 결과 우수조달제품 지정계약 업무의 근거없는 위탁, 퇴직공무원의 협회 재취업실태가 지적되기도 했다.
또 2018년, 2019년, 그리고 지난해 등 매해 조달청 국정감사에서 조달청의 우수제품 부정등록, 나라장터의 규격 이원화 및 높은 가격은 단골 지적사항이었다.
이 지사는 그간 이 같은 반복되는 조달청 문제를 “국내 공공조달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방조달시장에서의 경쟁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을 뿐 아니라 마침내 지난해 7월에는 민선 7기 후반기 공정정책 1호로 ‘지방조달 자체개발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독과점 폐해 개선조치의 하나로 ‘공정조달기구’를 설치하고,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대체할 ‘공정조달시스템’의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기도가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조달청 나라장터와 일반쇼핑몰의 가격조사를 실시해 실제적으로 나라장터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확인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편, 이날 부산에서 지방행정학회가 지방계약학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학술대회에서 경기연구원 박경철 박사는 ‘중앙조달의 한계와 경기도의 공정조달 정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김진효 경기도 회계과장은 “경기도의 분권형 공정조달시스템은 경기도뿐만이 아니라 타 지방정부가 운영과 사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시스템이며, 나라장터는 지금과 같이 중앙조달을 단독운영하고 지방조달시장에서 경쟁하자는 취지를 가진다”고 발표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