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리 “성폭력, 여성 복장이 영향” 발언 뭇매

입력 2021-06-24 00:14 수정 2021-06-24 00:14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AP뉴시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파키스탄의 성폭력 증가가 ‘여성들이 옷을 거의 입지 않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발언해 국내외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 칸 총리는 HBO ‘악시오스 온 HBO'에 출연해 여성의 복장이 성폭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HBO 방송 캡처

칸 총리는 지난 21일 HBO ‘악시오스 온 HBO’에 출연해 “여성이 옷을 거의 입지 않는다면, 그것이 로봇이 아닌 한 남성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상식”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진행자 조너선 스완이 “여성의 복장이 성폭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칸 총리는 “그것은 어느 사회에 살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것(거의 옷을 입지 않은 여성)을 보지 못한 사회에서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칸 총리는 이전에도 비슷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지난 4월 파키스탄 국영 TV의 온라인 쇼에서 보수적인 이슬람 여성들이 착용하는 전통 머리가리개 베일 착용이 여성을 성폭행으로부터 보호한다고 주장했다. 또 성폭력 증가 원인과 관련해 인도와 서구, 할리우드 영화 등 음란물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여성들이 더 나은 일자리와 직장에서의 보호 그리고 가정폭력을 종식시키려는 노력에 관심을 끌기 위해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시위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파키스탄에서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폭력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매일 최소 11건의 성폭행 사례가 보고되는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6년간 2만2000건 이상의 성폭행 사건이 경찰에 접수됐다. 하지만 가해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전체의 0.3%에 불과한 77건에 그쳤다.

이와 함께 매년 거의 1000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사랑과 결혼에 관한 보수적인 규범을 어겼다며 이른바 ‘명예살인’이란 이름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성폭력 범죄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지난해 12월 화학적 거세법을 도입하고, 성범죄 전담 특별법원을 신설해 중범죄의 경우 사건 발생 후 4개월 이내에 신속하게 재판을 마무리하게 했다.

2018년 총리에 취임한 칸 총리는 과거 크리켓 월드컵 우승까지 이끈 크리켓 국가대표 출신이자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지적인 이미지까지 갖춘 인물이다. 그러나 두 번의 결혼과 이혼 과정 등에서 드러난 반여성적 태도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1996년 사교계 유명 인사인 제미마 골드스미스와 결혼, 두 아이를 낳고 살다 2004년 이혼했고, 2015년 BBC 기상캐스터 출신인 레함 칸과 결혼했다가 9개월 만에 이혼했다. 그런데 레함 칸과 이혼 당시 이슬람권에서 여성 억압의 관행으로 여겨지는 ‘트리플 탈라크’ 방식을 사용해 비난을 받았다. ‘트리플 탈라크’는 이슬람 사회에서 남자가 “너와 이혼하겠다”는 의미의 ‘탈라크’를 3번 외치는 즉시 이혼이 성립되는 제도다. 칸 총리는 레함 칸에게 ‘탈라크’를 문자메시지로 3번 보내 이혼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