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승인’ 빠졌지만 檢 반발 기류… ‘말(末)부장’ 인사에 관심

입력 2021-06-23 17:50

검찰 상반기 조직개편안이 ‘장관 수사 승인’ 조항을 뺀 형태로 입법예고 됐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형사부 말(末)부에 이른바 인지 사건의 주도권을 내주는 형태가 일선 지검 사건을 통제하고 사장시키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만간 단행될 중간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소위 ‘말부장’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선 검찰청들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회동을 거듭해 조율한 직제개편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말부 사건 독식’과 관련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장관과 총장의 조율 이전에 제시했던 의견을 그대로 유지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선 검사가 발견한 범죄 혐의를 다른 검사가 수사하도록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다수의 검사들은 형사부 말부에 누구를 배치하는지에 따라 수사가 통제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우려한다. 이른바 ‘친정권’ 검사들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일선 지검 내 전체 권력형 비리 사건을 뭉개는 게 가능해졌다는 취지다. 이 같은 시각은 수원지검 형사3부나 대전지검 형사5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을 수사선상에 올려둔 수사팀 사건이 말부로 옮겨질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직 부장검사는 “직제는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틀을 만드는 것인데, 이번 안을 보면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게 된다”고 했다.

직접 수사를 말부로 몰아넣는다면 형사부 내에서도 ‘계층’이 생기는 격이라는 반응도 있다. 형사부 내에서도 말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치된 검사는 실적을 쌓지 못하게 되고, 수사팀장 격인 부장들 틈에서도 계층의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는 얘기다. 검사들이 수사 전문성을 쌓을 기회를 잃고, 의욕마저 꺾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일선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대로 검찰 조직개편안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찰 직접수사를 축소한다는 대전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간 ‘서부지검 형사5부’ ‘동부지검 형사6부’ 등 전통적인 개념에서 사실상 인지부서로 기능해온 형사부들은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6대 범죄 인지수사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발상이 한편으로는 ‘사실상의 특수부’를 남긴 격이기도 하다. 관건은 이 중요 부서를 담당할 부서장인 부장검사들, 이들을 지휘할 차장검사들의 면면이다. 현직 부장검사는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검찰 중간 간부급(고검 검사급) 검사들에 대한 인사 기준과 원칙을 논의하기 위한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박 장관은 “검찰개혁과 조직 안정의 조화, 검찰 내부의 쇄신이 인사 기준”이라고 밝혔다. 인사 시기와 관련해서는 “이번 주가 될지 내주 초가 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