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참사 건물 지하층 전부 주저앉아…부실철거 의혹”

입력 2021-06-23 16:33
잔해 치워진 광주 학동 건물붕괴 현장. 연합뉴스

광주 붕괴 참사 현장의 철거 건물의 지하실이 모조리 주저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철거 중 제대로 된 보강을 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내 붕괴 참사 현장은 2주 전 사고 당시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와 토사가 대부분 치워졌다.

전날까지 총 5차례에 걸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이 끝나고 단계별로 건물 잔해가 말끔히 치워져 붕괴 건물의 지하층 공간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하층은 윗부분의 무게를 지탱하는 수평 구조재인 ‘보’가 약 7개 있는데, 보가 모조리 무너져 내리면서 모두 파손됐다. 특히 건물의 하중을 많이 받는 보의 가운데 부분들은 산산이 부서져 콘크리트 내 철근까지 모두 드러났다.

구속된 철거 현장 관계자는 경찰조사에서 “지하층을 매립했다”고 진술했는데, 실제 흙 등으로 보강했다면 지하층의 보 구조물이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무너질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거공사 과정에서 지하층 보강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부실하게 했다는 의미다.

잔해 치워지는 광주 학동 건물붕괴 현장. 연합뉴스

구속된 굴착기 운전자(백솔 대표)는 “굴착기의 작업 범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건물 공간 내부에 진입한 후 토사 위에 서 있던 굴착기가 갑자기 건물 방향으로 쏠렸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t 무게의 굴착기가 쓰러지며 토사가 함께 무너져 내렸고, 굴착기와 토사의 하중이 건물에 가해지자 건물이 붕괴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붕괴 건물의 지하층도 모두 사고 당시 주저앉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실 철거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광주 동구청이 허가한 해체계획서에도 지하층에 대한 보강 계획 등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부실 허가 논란도 일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사고 당시 지하층이 붕괴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정확한 사고 원인은 국과수에서 정밀 감식을 분석해야 알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