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이 착용형 로봇을 입고 각종 기량을 겨루는 장애인 체육대회가 창설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전날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장애인 로봇체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로봇·인공지능·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등 장애인 체육에 적용 가능한 기술의 연구개발, 장애인 체육기술 관련 협력사업 발굴, 장애인 로봇체육대회 창설·운영 전략 개발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주요 목표는 장애인 스포츠 활동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로봇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 로봇체육대회를 창설하는 것이다.
기술 개발 수준, 착용형 로봇의 보급 현황 등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겨루는 방안도 논의한다.
국내 로봇체육 현장에는 장애인 로봇 경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스위스 ‘사이배슬론’의 국제 규격·규칙과 유사한 형태를 차용한다.
사이배슬론 국제대회의 6가지 종목(착용형 로봇·의수·의족·전동휠체어·전기자극자전거·뇌파) 중 착용형 로봇 분야로 한정해 대회가 구성된다.
다만 장애인의 지역적·신체적 특성 등 국내 실정에 맞게 변경한 한국형 로봇체육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착용형 로봇을 입고 직접 걸어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대회가 열리면 선수들에게 체육활동 이상의 경험과 의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다 발전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다른 연구개발 기관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장애인에게 과학기술은 재활과 일상생활, 스포츠 활동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앞으로 KAIST와의 협력이 더욱 기대된다”며 “사이배슬론처럼 로봇을 통한 새로운 체육활동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매우 특별하다”고 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착용형 로봇기술을 많은 장애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기술로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KAIST’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협약식과 함께 사이배슬론2020 입상자의 메달 수여식도 진행됐다.
양 기관은 스위스 주최측으로부터 메달을 전달받아 김병욱 선수, 이주현 선수에게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수여했다.
이주현 선수는 “워크온슈트를 착용하고 재빠르게 걸어 미션을 수행한 경험을 전국의 장애인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병욱 선수는 “국내 로봇체육대회 창설을 알리는 뜻깊은 자리에서 사이배슬론 메달을 받아서 기쁘다”며 “남은 인생을 로봇체육 코치로 살아가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다”고 밝혔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