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원의 한 주택가에서 길고양이들이 사체로 발견된 데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22일 수원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틀 동안 경기도 수원시 고색동 일원에서 태어난 지 7~8개월 된 고양이 총 3마리가 사체로 발견됐다.
지난해 11월 무렵 태어난 고양이들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캣맘’ 4명이 함께 돌봐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캣맘들은 고색동 일대에 밥터 9곳을 정해 사료통을 설치한 뒤 통조림 등을 하루 두 차례 챙겨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건강상태가 불량한 길고양이가 있을 때는 인근 동물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치료를 해줬다.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해 지자체 협조를 받아 중성화 수술도 진행했다.
캣맘들은 이 일대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것과 관련해 최근 일부 주민에게 항의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캣맘들은 경찰 조사에서 “열흘 정도 전부터 돌봐주던 어린 길고양이가 여러 마리 보이지 않아 주요 통행로와 밥터를 찾아다녔는데, 총 3마리가 쥐약을 먹고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이어 캣맘들은 이미 죽은 채 발견된 3마리 외에도 어린 길고양이 2마리가 수일째 보이지 않아 어딘가에 숨져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경찰에 전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수원익명 대신말해드립니다’에는 22일 이러한 길고양이 타살 의혹을 제기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수원 고색동 태산 아파트 뒤에 주택가 주변에서 몇년 동안 고양이 밥과 집을 어머니께서 사비로 봉사하며 애들을 돌보는데 거기에 쥐약을 탔는지 많은 고양이가 오늘 한번에 몰살당해 사체로 발견됐다”며 “혹시나 쥐약 타는 걸 본 분들은 댓글이나 연락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집을 둘 때나 밥을 줄 때 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늦은 시각이나 아침 일찍 밥을 줬다”며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중성화 수술 또한 많이 시키고 일부 고양이는 현재 우리 집에서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양이도 작은 생명”이라며 “싫다는 이유로 쥐약을 타서 고양이들을 이리 죽여야 하나 싶어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112 신고가 접수된 것은 맞지만 길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죽은 것인지, 다른 이유로 죽은 것인지 정확한 사인은 조사해야 한다”며 “누군가 길고양이를 죽일 목적으로 쥐약을 먹이는 등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