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 “이 9가지, 완전범죄 도움될지도…정민아 미안하다”

입력 2021-06-23 08:08 수정 2021-06-23 10:21
손현씨 블로그 캡처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의 부친이 변사사건 심의위원회에 대해 “희생자는 알 바 아니고 매듭을 지을 수 있는 제도”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현씨는 22일 블로그에 ‘정민이를 위한 선택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원래는 변사사건 심의위원회 개최를 막아 보려고 탄원을 부탁드리려 했으나 경찰의 의지가 확고하고 말만 많아질 것 같아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도 겪어보지 않은 이 길을 가면서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알게 될 거라고 초기에 말씀드렸다”면서 “그게 어떤 것인지 그때도 알 수가 없었고 지금도 끝이 어디일지 모른다. 그냥 갈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더 잃을 게 없는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보장된 모든 걸 행사할 것이고 그건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른다”고 했다.

손씨는 초창기에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으니 수사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인데 초기에 시간을 놓쳐서 어렵게 된 것”이라며 “또 다른 하나는 아무도 관심 없는 외로운 길일 줄 알았는데 많은 분께서 내 일처럼 생각해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블로그 그만 쓰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아주 성공적이다.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니까”라며 “뉴스에 올려달라고 한 적도 없고 그냥 제 얘기만 쓸 뿐이다. 그걸 못하게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했다.

손씨는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알게 된 것을 정리하겠다. 완전범죄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9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CCTV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그는 “모든 것을 잡아낼 수 있는 경찰국가 같아서 돈을 주워도 신고하고 조심조심 살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엄청나게 허술하다”며 “어렵게 구한 것도 경찰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CCTV마다 보관기간이 하루에서 60일까지 모두 달라 확보가 어렵다고도 했다.

손씨는 초동수사와 골든타임에 대해서도 “예전엔 실종팀이 강력계에 있었다고 하나 언제부터인지 여성청소년 부서로 넘어갔다고 한다”며 “실종사건을 강력사건과 연관하지 않고 단순 실종으로 출발하니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친다”고 말했다.

변사사건 심의위원회에 대해서는 “미제사건으로 두기 싫을 경우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희생자는 알 바 아니고 매듭을 지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민씨의 친구 A씨 측이 주장한 ‘블랙아웃’에 대해서는 “주장만 하면 몇 시간이고 인정된다”면서 “막걸리 몇 병만 먹으면 쭈그리고 앉든 펜스를 넘어가든 구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다”고 했다.

손씨는 글 마지막에 과거 정민씨와 나눴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순 학원하고 학교 데려다준 내용밖에 없어서 미안하고 속상하다”며 “정민아, 정말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