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공약 줄줄이 예산 전액삭감…시의회 발목잡기? 공약문제?

입력 2021-06-22 20:35 수정 2021-06-22 21:11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공약 사업에 대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시의회는 ‘기존 사업과 중복돼 예산낭비 등 문제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는 시의회가 발목잡기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22일 열린 제301회 정례회 회의에서 오 시장의 주요 공약 사업인 ‘서울런’과 ‘서울안심워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행정자치위는 1차 추가경정예산안 중 서울런 예산 58억원, 보건복지위는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사업 예산 47억원의 삭감을 결정했다.

특히 오 시장의 교육 공약인 ‘서울런(Seoul-Learn)’에 대한 시의회의 강경한 입장은 예상된 일이었다. 채인묵 기획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교육플랫폼추진반 신설에 의원들이 전체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 시 집행부에서 하겠다고 하면 예산심의 등에서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교육플랫폼추진반 신설을 강행할 경우 예산 심사에서 제동을 걸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서울런은 오 시장의 선거 공약인 온라인 교육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특히 학력격차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 청소년, 대안교육기관 학생, 학교 밖 청소년 등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1타강사’로 불리는 유명 사교육 강사의 강의를 제공하는 방안이 주목받았다. 이를 위해 플랫폼 구축에 18억원, 맞춤형 온라인콘텐츠 지원에 40억원 등 총 58억원을 추경안에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런 사업이 EBS 등 인터넷강의 플랫폼과 중복되고, 교육청의 권한을 침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즉각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일부 교육 관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교육을 강화해야 할 서울시가 사교육 조장에 세금을 쏟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21일 언론간담회에서 각종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EBS는 멘토링 부분이 빠져 있는데 서울시는 인공지능 교사부터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모든 것을 충족하는 맞춤형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또 교육청 권한 침범과 관련해서는 “교육청 소관 업무는 학교 정규교과까지고 방과 후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하며 평생교육도 필요하다”며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사각지대도 있으므로 교육청과 협업해서 함께 갈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사교육 조장에 대해서도 “동영상 교육 특화 (민간) 업체들도 사회공헌으로 접근하겠다고 했다”며 “(가격의) 15% 정도를 받고도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의회 반대에 대해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의회를 설득하지 못하고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시작도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는 아직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수정 절차가 남은 만큼 시의회를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예결위에서 수정안을 만든다 해도 해당 상임위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위 역시 오 시장의 공약인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 사업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 사업은 20~64세 서울시민 5만명에게 서울안심워치를 보급하고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기존 국가사업과 중복되는 데다, 사업 시행의 근거가 되는 법령이 없어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