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남편, 기억 잃고 다시 “결혼하자”…그들의 두번째 결혼식

입력 2021-06-23 00:19 수정 2021-06-23 00:19
두번째 결혼식을 올린 리사 마샬과 피터 마샬. 페이스북 '오 헬로 알츠하이머스' 페이지 캡처

미국에서 중증 알츠하이머를 앓아 결혼 사실까지 잊어버린 남성이 아내와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린 사연이 알려졌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코네티컷주 앤도버에 거주하는 리사 마샬(54)과 피터 마샬(56) 부부는 최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 속에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피터는 2018년 ‘젊은 치매’로 불리는 조기 발생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뒤 빠른 속도로 기억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아내 리사는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을 돌봤지만 피터의 기억은 점점 사라져 갔고 결국 아내와 결혼한 사실까지 잊어버렸다. 과거 이웃사촌이던 부부는 각자 이혼 후 2009년 재혼해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피터는 텔레비전에서 결혼식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도 결혼하자”며 리사에게 깜짝 청혼했다. 다음 날 피터는 전날 자신이 청혼한 사실을 잊어버렸지만 리사는 그들의 사랑을 새롭게 축복하기 위해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마침 웨딩 플래너였던 리사의 딸이 결혼식 준비를 주도했고 해당 소식을 접한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부부는 6주 만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리사는 “난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두 번이나 결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동화처럼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었다”며 “모두가 울었다. 그렇게 행복해하는 피터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리사는 그동안 ‘오 헬로 알츠하이머스’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며 알츠하이머에 걸린 남편과의 삶을 기록해 왔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해당 계정에는 많은 네티즌들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