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 등 핵심공급망이나 첨단 산업 분야의 기업이 해외사업장을 줄이지 않고 국내 사업장을 신설하더라도 ‘유턴 기업(국내복귀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른 기업의 유턴에 기여한 수요기업(대기업)도 보조금과 연구개발비 등 지원을 받을 길이 열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 개정안이 23일부터 시행된다고 22일 밝혔다. 우선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첨단산업이나 소·부·장 관련 핵심전략기술 등 공급망 핵심품목 관련 업종에 대해서는 해외사업장을 축소하지 않더라도 국내 사업장 신설·증설만으로도 유턴 기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기술 공급망을 미국 주도로 재편하는 식으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조치다.
유턴 지원대상 업종에 기존 제조업·정보통신업·지식서비스업뿐 아니라 소독, 구충, 방제 서비스업 등 방역·면역 관련 산업도 추가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에 대비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기업이 상호 연계해서 국내로 복귀하는 ‘협력형 복귀’에 대한 지원도 이뤄진다. 수요기업이 물량 보증이나 공동 연구개발 등으로 다른 기업의 유턴에 기여하면 수요기업과 유턴 기업 모두 보조금, 연구개발 인력양성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협력형 복귀로 2개 이상의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복귀하면 해외사업장 축소 요건도 기존 25%에서 10%로 완화된다. 외국인의 재정 지원이 끝난 지 10년 이상 지난 외국인투자기업도 유턴 기업 요건만 갖추면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유턴법이 법인세나 소득세, 관세 등 각종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 등 인센티브가 있었음에도 기업들의 국내 복귀가 부진한 데 따른 조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7년간 유턴 기업은 84곳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기업의 해외 투자로 해외 신규 설립된 법인은 총 2만2405개로 유턴 기업의 266배를 넘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기업의 해외 진출 대비 저조한 국내 복귀를 끌어올릴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높은 인건비와 근로시간 규제 등 근본적인 기업 환경이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턴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의미 있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