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3년 전에도…“불나도 대피 못하는 그곳”

입력 2021-06-23 02:01 수정 2021-06-23 02:01
(왼쪽부터)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벌어진 화재와 관련해 쿠팡 측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3년 전 해당 물류센터에서 일한 한 아르바이트생이 화재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올린 글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2018년 2월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이 나도 대피하지 못하는 쿠* 덕평물류센터’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에 따르면 그날도 쿠팡 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담배로 인해 시작된 불의 연기가 물류센터 안으로까지 들어왔다는 게 글쓴이 설명이다. 그는 “안내방송이나 직원들의 별다른 안내도 없고 불안해진 마음에 저와 주변 분들 모두 바깥으로 대피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직원분께서 대피한 사람들에게 화를 내며 일하는 시간에 자리 이탈을 하면 어떡하냐고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하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주장했다.

불이 완전히 100% 다 잡힌 상황이 아닌데도 무조건적인 복귀를 요구하는 관계자를 본 글쓴이는 사무실에 있는 담당자를 찾아가 상황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조퇴하고 집에 가라” 였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글쓴이는 쿠팡 측의 무책임한 대응에 화가 나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서 어떻게 계속 일을 하냐” “개인 사정으로 인한 조퇴가 아닌데 개인적인 피해를 보며 조퇴를 해야 하냐” 등의 취지로 항의하며 관련 사실을 외부에 알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담당자들은 “알리면 되겠네요. 알리세요”라고 답했다는 게 글쓴이의 설명이다.

그는 이 글에서 “오늘은 정말 작고 쉽게 끌 수 있는 불이었지만, 물류센터는 상자로 가득한 곳이고 바람 때문에 크게 번질 위험요소가 많은 곳”이라면서 “핸드폰을 모두 반납하기 때문에 연기로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더 큰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글쓴이는 그날 이후 쿠팡으로부터 화재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과 사과 문자 한 통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재출근이 불가하다”라는 문자만을 받았다며 해당 문자도 함께 공개했다.

끝으로 그는 “화재가 잡혔어도 화재로 인한 연기가 환기될 때까지는 잠시 사람들을 대피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관리자들의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과 최소한의 안전도 지켜주지 않는 모습을 봤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최근 벌어진 물류센터 화재를 예견이라도 한 것 같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당시 사건 관련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원인은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이미 3년 전 담뱃불로 인한 화재 사고가 있었다”면서 “3년 만에 또 겪는 화재였는데도 변화 없는 심각한 안전불감증까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고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특히 당시 ‘불이 났다’고 다급하게 외치고 다녔지만, 관리자들은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이 잦아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 된다” “신경 쓰지 말고 퇴근하시라” 등의 반응이었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 17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36시간여 만인 18일 오후가 돼서야 큰 불길이 잡혔다. 이 사고로 화재 현장에 고립된 김동식 구조대장(52)은 48시간 만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김 대장은 불길이 세지면서 대피 명령이 떨어지자 후배 대원들의 뒤를 봐주며 건물 밖으로 나오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