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정치권이 초입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며 대혼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집권여당 대권 주자들은 경선 시점을 두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제1야당은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의혹을 담았다는 이른바 ‘X파일’ 논란으로 벌집을 쑤신 분위기다. ‘불법사찰’ 표현까지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여야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철저한 이해득실에 기반한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에 정작 국민 삶 개선과 국가 미래 비전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22일 대변인을 통해 “출처불명 괴문서로 정치공작 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또 “진실을 가려 허위사실 유포 및 불법사찰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진영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지난 19일 ‘X파일’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후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다 정면대응 기조로 선회한 것이다. 야권 ‘내부 총질’ 상황이 이어지고, 여기에 여당도 공격에 가세하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여권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공기관과 집권당이 개입해 괴문서를 작성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고 했다. 야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 정치적 공방에 휘말린 모양새다.
여당은 여당대로 경선연기 논란의 늪에서 쉽사리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9월로 예정된 경선시점 2개월 연기 여부를 두고 찬반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정면충돌했다.
김종민 홍기원 의원을 비롯한 연기론자들은 ‘흥행’을 명분 삼아 연기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김병욱 김남국 의원 등 반대론자들은 “흥행은 경선시기가 아니라 방법의 문제”라며 당헌·당규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맞받았다. 조응천 의원은 “국민들은 떡줄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언제 마실 건지 다투는 것처럼 보이니 짜증날 것”이라고 경선 연기 논란을 비판했다.
이해관계가 걸린 대권 주자마저 논란에 직접 가세해 갈등이 쉽게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광재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공동 정책토론회 직후 “적어도 1차 백신 접종이 끝났을 때쯤 경선을 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이 지사의 양보를 압박했다.
반면 경기도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이 지사는 “당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되고, 결국 소탐대실 결과가 될 것”이라며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혼란스런 정국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대선 경쟁 초반부터 피로감을 느끼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금 여야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권력다툼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대선 초반 소모적인 다툼은 자제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비전과 정책들을 제시해야할 때”라고 비판했다.
정현수 지호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