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협의 없이 설치한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이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지자체의 자진 철거로 마무리됐다. 쓰레기 분리수거함으로 인한 분쟁이 조정 단계에서 해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위원회는 “지역 주민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분리수거함 설치에 따른 피해배상을 요구한 사건과 관련해 분쟁이 촉발된 분리수거함을 해당 지역에서 이전하도록 하는 조정안을 이해 당사자에게 제시했고 양측이 이를 수락했다”고 22일 밝혔다. 환경분쟁조정제도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시설이지만 당사자 간 자율적인 환경분쟁 해결이 어려운 경우 합리적으로 풀어주는 제도다.
지난해 10월 수원에 거주하는 주민 4명은 지자체가 자신들 집 앞에 사전협의 없이 분리수거함을 설치·운영했고, 이후 소음·악취 피해를 입었다며 위원회에 재정(裁定)을 신청했다. 이들이 위원회에 피해보상금으로 청구한 금액은 1억원으로 파악됐다. 신청인들은 “불특정 시간·불특정 다수가 분리수거함에 알루미늄 캔·유리 등 쓰레기를 지속해서 배출했고, 지자체가 이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환경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자체는 주민들과 다른 입장을 내놨다. 해당 분리수거함은 차량 진입이 어려워 문전 배출이 힘든 고지대 주민을 위해 설치한 것이고, 분쟁지역은 이미 이전부터 상습적으로 쓰레기 무단투기가 발생했는데 분리수거함 설치 후 주변 환경이 오히려 개선됐다는 주장이다. 지자체는 “평상시 주변 청소, 무단투기 단속 감시카메라 설치 등으로 인근에 거주하는 민원의 불편을 줄이려는 노력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접수한 위원회는 분쟁지역에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계속 있을 경우 주민 피해가 지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보상금 지급보다는 분쟁 원인 해결을 위해 수차례 관계기관 실무협의, 전문가 의견 청취, 현장 조사 등을 병행하며 당사자 간 의견을 조율했다. 이번 사건의 해결 방식은 ‘조정’에 해당하는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 배상 청구로 시작된 사건을 대화로 풀어낸 것이 핵심이다.
위원회는 지자체가 공공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인근 지역 주민과 충분한 사전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위원회 측은 “해당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주민 간 타협을 거쳐 분리수거함을 분쟁지역에서 이전하는 방향으로 양측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쓰레기 분리수거함으로 인한 분쟁이 조정 단계에서 해결된 것은 이번이 최초 사례라고 소개했다.
신진수 중앙환경분쟁위원장은 “합리적인 이해 조정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한 행정 절차의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도 공익사업과 관련된 환경분쟁에서 위원회가 주민들의 주거환경에 도움이 되는 분쟁 해결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