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서 비행기 세운 델타 변이…국내 항공사는 ‘예의주시’

입력 2021-06-23 00:04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위치한 보스턴로건국제공항에 지난 21일(현지시간) 아메리칸항공의 항공기가 서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 세계 코로나19 재유행에 불을 지피고 있는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중국과 미국에서 비행기를 멈춰 세웠다. 델타 변이가 항공업계의 회복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내 항공업계는 국제선 재개가 더딘 상황이라 델타 변이가 미칠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이 지난 주말간 300여편의 항공편을 취소했다. 이달 남은 기간에도 하루 최소 50~60편, 다음 달엔 하루 50~80편의 결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다음 달 중순까지 예정된 항공편 중 950편(전체의 약 1%)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갑작스럽게 항공 여행객이 늘어난 데 비해 조종사와 승무원 등 직원이 부족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하루에만 210만여명이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며 코로나19 이후 하루 항공 여행객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에서도 델타 변이 확진자가 2주 사이 3배가량 증가하는 등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WSJ은 “델타 변이 확산이나 태풍 등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항공사들이 일부 항공편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중국 선전 공항 이용객의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도 지난 19일 하루에만 항공기 700편 이상의 운항이 취소됐다. 선전 바오안 공항 내 식당에서 일하던 직원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지난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선전으로 입국한 승객 중 38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선전 당국은 20일부터 공항 이용객에게 48시간 내에 받은 코로나19 핵산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 안전권역은 아니다. 이날 기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누적 190명으로 집계됐고, 최근 일주일 사이 35명이 확진됐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나 영국발 알파 변이보다도 전파력이 60%가량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항공업계도 방역을 더욱 강화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국제선 재개 비율이 높지 않고, 미국과 중국처럼 국내선이 활성화된 편은 아니라서 항공편을 취소 혹은 축소하는 식으로 대응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노선이 크게 축소돼 국제선 운항률이 정상 상태 대비 15% 수준에 불과하다”며 “국제선이 대대적으로 재개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진 델타 변이가 큰 영향을 주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