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맞으면 영업 끝이에요” 별점 테러에 속 끓는 점주들

입력 2021-06-22 16:14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소상공인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블랙컨슈머 양산하는 쿠팡이츠 등 배달앱 리뷰·별점 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배달앱 시장이 급팽창하는 한편에는 악성 소비자의 ‘별점 테러’로 노심초사하는 자영업자들의 말 못할 고민이 놓여 있다. 소비자와의 환불 갈등 끝에 점주가 숨지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배달앱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뷰·별점을 무기로 한 소비자의 과도한 요구, 허위·악의적 후기에 따른 점주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근 별점 테러를 당한 분식점 점주가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던 A씨(50대)는 지난달 초 배달앱 ‘쿠팡이츠’를 이용해 주문한 손님과 언쟁을 벌였다. 해당 손님은 ‘전날 주문해 냉장고에 넣어둔 새우튀김 색이 바뀌었다’며 다짜고짜 환불을 요구했다. A씨가 새우튀김 한 마리 값만 환불해주자 불만을 품은 소비자는 별점 하나를 주고 비방 리뷰를 달았다. 고객은 이후에도 4차례 더 매장에 전화를 걸어 전액 환불을 요구하며 고성을 질렀다고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는 쿠팡이츠 고객센터와 환불 관련 통화를 이어가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A씨는 3주 만인 지난달 29일 숨을 거뒀다.

별점이 매출과 직결되는 자영업자에겐 유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스파게티점을 운영하는 B씨도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을 받은 한 고객으로부터 ‘사람이 먹지 못할 재료를 음식에 넣어놨다’는 황당한 리뷰를 받았다. B씨는 쿠팡이츠에 터무니 없는 악성 리뷰가 더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를 요청했으나 쿠팡이츠는 거부했다. 쿠팡이츠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와 달리 점주가 소비자 리뷰에 답글도 달지 못한다. B씨는 “좋지 않은 리뷰나 별점이 달리면 답글로 설명할 수 없어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별점에 업체 노출 순위가 달라지고 매출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자영업자들은 별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리뷰와 별점 평가 제도는 매출에도 절대적”이라며 “매장 선택 효과보다 배제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악성 리뷰’나 ‘별점 테러’ 등으로 매출의 급격한 하락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전했다.

점주와 고객의 갈등이 불거질 때 고객의 손을 들어주는 일도 다반사다. 실제 쿠팡이츠 측은 A씨가 쓰러진 뒤에도 계속되는 고객 항의를 매장에 그대로 전달했다. “추후 조심해 달라”는 경고까지 보냈다. A씨의 가족은 이날 국민일보와 만나 “쿠팡이츠가 초반에 대응을 잘했으면 일이 이렇게까지는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아무도 사과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쿠팡이츠는 뒤늦게 장기환 쿠팡이츠서비스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악성 리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의 악의적인 비난으로 피해를 받는 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전담조직 신설, 전담 상담사 배치, 상담사의 교육·훈련 강화 등 상담 과정 개선을 약속했다. 또 앞으로 소비자의 악성 리뷰에 대해 점주가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악의적인 리뷰는 빠르게 블라인드 처리할 수 있도록 신고 절차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장군 신용일 문수정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