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역할론 강조한 中매체 “북한과 협력 강화할 것”

입력 2021-06-22 16:07 수정 2021-06-22 16:50
미국 백악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미 메시지를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한 데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2일 "잘못된 기대"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 제안을 북한이 일축했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기에 앞서 먼저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역시 북핵 협상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북한과의 협력 관계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지융 푸단대 한국학센터 소장은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단기적으로 북·미가 직접 대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대한 관여를 줄이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에 대화를 제안한 건 한국 요청에 따른 것으로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원하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북·중 밀착이 미국으로 하여금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소장은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적 공격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며 “미국은 북한에 성의를 보이기 위해 대북 정책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뤼차오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은 남북이 중국과 거리를 두기 원하고, 중국을 건너뛰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이러한 시도는 잘못됐다는 게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소장도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장려하고 북한이 미국을 다루는 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북·미 회담 재개 여부를 가를 중요 이벤트가 오는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이라고 봤다. 훈련 규모와 내용을 보면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방한 중인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기 전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비핵화 협상 전후 중국과 협의하고 보조를 맞추는 행태를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6·12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전후해 그해에만 중국을 세 번 방문했고, 이듬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도 중국을 찾았다. 중국은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목소리를 내고 북한을 지원할수록 협상이 더뎌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한국을 방문한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1일 “대화와 대결을 모두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에 주목한다”며 “미국은 어느 쪽이든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꿈보다 해몽’이라는 속담을 언급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은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