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의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진화 작업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발화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은 화재가 처음 발생한 시점 및 발화지점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
이천경찰서 형사과와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등 25명으로 구성된 수사 전담팀은 22일 화재 직후 확보한 물류센터 지하 2층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있다.
해당 CCTV에는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 전선의 발화 장면이 담겼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은 지하 2층에는 진열대 선반 위쪽으로 선풍기를 꽂기 위한 전선이 여러 개 지나는데, 이중 한곳에서 불꽃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창고 바깥으로 연기가 새어나왔고, 17일 오전 5시 36분쯤 연기를 처음 발견한 근무자가 신고했다.
현재 경찰은 CCTV에 불꽃이 이는 장면이 찍힌 정확한 시간을 분석하고 있으며 화재 발생 시점을 확인한 뒤 쿠팡 측의 대피 지연 의혹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정확한 화재 경위와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현장 감식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불이 완전히 진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본격 수사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물류센터는 지난 2월 소방당국의 소방시설 점검 당시 277건의 결함을 지적받은 전적이 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방시설 등 종합정밀점검 실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점검에서 지적된 결함은 고정 지지대 탈락 등 스프링클러 관련이 60건으로 가장 많았고 26건의 방화셔터 불량도 지적됐다.
앞서 소방당국은 “해당 물류센터가 마지막으로 소방시설 점검을 받은 건 올해 2월 22일”이라며 “당시 소화기 미부착 등 100여건의 위반사항이 발견됐으나 현장 점검 이후 모두 시정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쿠팡 근무자라고 밝힌 청원 작성자가 “오전 5시 10분 때쯤부터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평소 잦은 경보 오작동 때문에 계속 일했고 5시 26분께 1층 입구로 향하는 길에 연기를 보고 보안 요원에 불이 났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폭로하는 등 쿠팡 측의 대피 지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