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에 몰린 동물을 보존하려고 서식지를 옮기는 등 인간이 개입한 결과 다른 동물의 생존이 위협받는 일이 발생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2012~2013년 포유류인 태즈메이니아데블 28마리를 태즈메이니아섬에서 동쪽 마리아 섬으로 옮겼다.
태즈메이니아데블은 주머니고양이과 동물로 주머니곰으로도 불린다. 기분 나쁜 울음소리를 내는 데다 난폭한 성격 탓에 ‘데블(악마)’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멸종 위협을 단계적으로 나눈 ‘레드 리스트’에서 태즈메이니아데블을 위기종으로 분류했다.
호주 정부 역시 태즈메이니아데블이 안면암 때문에 멸종위기에 몰리자 일종의 보험용으로 서식지를 옮기는 조치를 취했다.
태즈메이니아데블은 멸종 고비를 넘겼지만, 115.5㎢ 크기의 마리아섬에는 혹독한 대가가 뒤따랐다. 100여마리까지 늘어난 태즈메이니아데블이 마리아섬에 살고 있던 조류들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이들의 번식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태즈메이니아데블 성체의 경우 수컷이 12㎏, 암컷이 8㎏에 달한다. 육식성 유대류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크며 먹이를 가리지 않는다.
환경단체 버드라이프 태즈메이니아는 정부 조사결과를 인용해 2012년 암수 3000쌍에 이르던 작은 펭귄 집단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해당 단체의 에릭 욀러 박사는 “펭귄의 피난처가 돼야 할 국립공원에서 3000쌍이 없어졌다는 점은 심각한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큰 바다에 있는 섬에 포유류를 인위적으로 들일 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이번 사태가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당국은 태즈메이니아데블을 풀면 작은 펭귄과 바닷새인 슴새 서식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2011년 발간한 바 있다.
윌러 박사는 태즈메이니아데블의 개체수가 다른 곳에서도 회복됐기 때문에 이제는 마리아섬에서 태즈메이니아데블을 데리고 나가도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태즈메이니아 주정부는 생태를 계속 주시하면서 마리아섬을 태즈메이니아데블 보존을 위한 프로그램의 도구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