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교체하면 귀국…미국 도피 문흥식 믿는 구석은?

입력 2021-06-22 13:03 수정 2021-06-22 13:06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미국으로 도피한 전 5·18단체 회장 문흥식(61) 씨가 광주경찰청 전담 수사본부에 수사진을 전원 교체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문씨가 경찰 수사에 맞서 ‘배짱’을 부리고 있다.

22일 수사본부에 따르면 문 씨는 지난 9일 학동 제4구역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5일째인 13일 주위에 알리지 않은 채 미국으로 출국해 체류 중이다. 철거업체 선정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고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도피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는 ‘소통창구’를 자임하고 나선 모 경찰 간부와 휴대전화 통화에서 ”경찰 수사가 너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 억울하게 나에게만 모든 혐의를 뒤집어씌워 ‘희생양’을 만들려고 하니 미국으로 온 것이다. 공정한 수사가 담보되면 변호인을 선임하고 자진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문 씨는 “오래전 장례식장 폭행 사건이나 2018년 치러진 조합장 선거에도 전혀 개입한 바 없는 데 경찰이 나를 무조건 엮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며 ”혐의입증이 되지 않자 불법 재하청 개입으로 똘똘 말아서 붕괴사고의 원흉인 것처럼 나를 잡아들이려고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SNS 메시지를 통해서도 ”수사팀을 바꿔준다면 변호사 선임과 함께 들어갈 테니 믿을 수 있는 조치를 먼저 해달라“고 조건부 귀국 의사를 경찰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동안 5~6차례 직접 통화를 한 경찰 간부는 “수사팀 교체는 내 권한이 아니다. 보장을 받고 싶다면 수사본부장인 광주경찰청 수사부장 연락처를 문자로 보낼 테니 직접 통화해 확인을 받으라”는 대화까지 나눈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문 씨는 이후 수사본부장에게 전혀 연락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동4구역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문씨가 학동 제3, 제4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직·간접적 압력을 행사해 각종 이권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모 정비업체 지분 30%를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씨가 철거업체 선정을 포함해 문어발식 이권개입을 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문 씨는 학동4구역과 인접한 학동3구역 재개발 사업 철거업체 선정 때 A 업체로부터 2차례로 나눠 6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2012년 8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과 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학동 4구역 재개발 조합이 정·관계 인사와 경찰 간부 등에게 일명 ‘분양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은 아직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게 없다고 밝혔다. 분양권을 가진 모 경찰 간부는 “일명 피(프리미엄)를 주고 학동4구역 아파트 분양권을 정당하게 확보했을 뿐 재개발 로비와는 무관하다”고 직접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수사본부 관계자는 “미국으로 황급히 몸을 피한 문씨가 시간 끌기를 하면서 수사진 동향을 파악하려는 의도일뿐 수사진 교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문 씨를 설득하고 자진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