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부당징계, 父호출해 협박…군에 8번 알렸지만 조치 없었다”

입력 2021-06-22 12:04 수정 2021-06-22 13:59
뉴시스

육군 대대장이 특정 병사에 대해 ‘먼지털기식 징계’를 지시하고 병사 아버지를 부대로 호출해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 작성을 요구한 사건과 관련해 군의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육군 제21사단 소속 A병사 가족이 부당 징계를 포함한 피해 사실과 관련해 국민신문고 민원, 국방헬프콜 등을 통해 여덟 차례나 문제 제기를 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22일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병사 아버지는 직접 사단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사단 감찰부에도 피해 사실을 알렸다. 또 여단장이 직접 병사 아버지의 사무실로 찾아오거나 전화했을 때에도 일련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달 말에는 대대장이 간부들에게 A병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파악하고 국방헬프콜과 국민 신문고에 해당 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방헬프콜은 사단 감찰부에 피해 상황을 전달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지난 11일까지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A병사 가족은 국방헬프콜에 재차 전화해 군단과 사단에 피해 사실을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대대장은 도리어 병사들을 모아놓고 “국방헬프콜에 전화해 봐야 소용없다. 대대장에게 직접 말하기 바란다”며 신고를 무마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육군 제21사단과 제31여단은 부당한 징계 과정은 물론, 대대장이 휘하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로 불러들여 겁박한 엽기적인 일을 8차례나 다양한 루트로 인지하였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민원 내용 등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기는 했으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부대로 불려와 각서 작성을 요구받는 등 모욕적인 대우를 받은 A 병사 아버지가 현재까지도 군으로부터 전혀 사과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센터는 “이번 사건은 황당한 사건 내용과는 별개로, 군 내부의 신고 처리 체계가 얼마나 엉망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신고 묵살하기, 적당한 선에서 처리하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기, 가해자에게 신고 내용 전달하기 등 고질적 병폐가 모두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국민이 조직적 사건 은폐, 무마 시도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성폭력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을 두고 마음 아파하며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국민은 군의 자정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 전면적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 16일 육군 제21사단 대대장이 ‘경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A병사를 부당 징계했다고 알린 바 있다. 센터는 중대장이 A병사의 아버지를 부대로 호출해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하라고 윽박질렀다고도 주장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