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관계자, 다급한 화재신고에 “양치기소년 된다”며 웃어…靑청원

입력 2021-06-22 11:36 수정 2021-06-22 12:56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경기도 이천 소재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명백한 인재(人災)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덕평 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지난 17일 발생한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최초 신고자보다도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전했다.

청원인은 “사고 당일 1층에서 근무했다”며 “5시 10~15분쯤부터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당연하듯 경보가 울려도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쿠팡에서 근무하면서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에도 화재 경보가 울리자 이 또한 오작동이라고 여긴 청원인은 5시26분쯤 퇴근 체크를 했다. 그리고 1층 입구를 향해 갈 때 1.5층으로 이어지는 층계 밑쪽에서 가득 찬 연기를 목격했다.

이에 “함께 목격한 퇴근하던 심야조 동료분들은 ‘진짜 불이다’ ‘불난 것 같다’며 입구까지 달리기 시작했다”며 “화재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어 몇 번이고 ‘진짜 불이 났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폭격을 맞은 듯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무전기도 있고 휴대폰도 소지할 수 있는 물류센터 보안팀 관계자인 검색대 보안요원에게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드렸지만,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며 불난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연기가 심하다는데 확인도 안 해보고 왜 자꾸 오작동이라고 하냐” “안에 일하시는 분들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확인해 달라” 등의 요청을 했지만, 보안요원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그는 다른 층으로 내려와 또 다른 관계자를 찾아 화재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 역시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된다”라며 크게 계속해서 웃었다고 한다.

상황의 심각성을 호소하는 청원인에게 돌아온 것은 “연기는 허브 쪽 컨베이어 과부하로 벨트에서 나는 것”이라는 말뿐이었다. 이에 그는 “마치 제가 정신이상자인 것처럼 대하며 끝까지 웃기만 하더니 ‘수고하셨습니다. 퇴근하세요’라고 했다”고 호소했다.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의 영결식이 21일 오전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된 가운데 동료 소방관들이 헌화·분향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경기도는 고인에게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뉴시스

청원인은 “관리 관계자들을 믿고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하려던 그 시간에 차라리 휴대폰을 찾으러 가서 전원을 켜고 신고를 했더라면 이렇게 참사까지 불러온 대형화재로 번지기 전 초기 진압돼 부상자 없이 무사히 끝났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덕평 쿠팡물류센터에서는 3년 전에도 담뱃불로 인한 화재사고가 있었지만, 이후 개선된 게 전혀 없어 이번 사고로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사고의 정확한 책임 규명에 사건 관련 처벌 대상자들에게 더욱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며 “이번 소방대장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22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5700명이 넘는 시민의 동의를 얻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