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의료진, 코로나 스트레스로 지난해 322명 극단 선택 시도

입력 2021-06-22 11:28 수정 2021-06-22 13:16
미날 비즈란 이름의 임신한 의사가 2020년 4월19일 런던 다우닝가 밖에서 국민건강보험 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보호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업무 과중을 겪는 의료진의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극에 달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아이뉴스는 21일(현지시간) 지난해 코로나19 대처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이 300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응급요원을 지원하는 단체인 로라 하이드 재단(LHF)이 6개월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간호사 226명, 긴급 의료원 및 구급차 요원 79명, 의대생 17명 등 총 322명이 극단적인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 병원에서 일하는 NHS 소속 간호사는 자신이 팬데믹과 힘겹게 싸움을 벌이는 동안 마치 “버려진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 간호사는 “첫번째 대유행이 닥쳤을 때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았고,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의 죽음을 목격한 것도 처음이었다”며 “밤마다 혼자 잠이 들 때 죽는 사람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는 것이 너무 힘겨웠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적 문제로 아주 심하게 우울했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일하러 나가는 것이 너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워 아무한테도 이런 얘기를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뉴욕의 한 응급실 밖에서 의료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LHF가 NHS 직원 850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일을 쉬는 이유로 ‘정신건강 문제’라고 솔직히 얘기하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학협회(BMA) 조사에서도 의사의 약 40% 이상이 우울, 불안, 스트레스, 번아웃(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이 코로나19로 더욱 악화했다고 털어놨다.

LHF의 리암 반스 회장은 “우리는 지금 국가 응급 상황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라는 새로운 팬데믹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을 도와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이런 현상은 예외가 아니었다. CBS뉴스는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질 무렵이던 지난해 4~5월, 뉴욕시의 구급요원들은 하루에 무려 7000통 이상의 전화를 받을 만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으며, 상당수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일린 몬델로는 응급구조사였던 아들을 팬데믹에 잃었다. 그는 CBS에 “우리 아들의 꿈을 팬데믹이 빼앗아가버렸다”며 “아들은 응급구조사 아카데미를 나오자마자 가장 바쁜 911센터에서 일했고 스트레스와 불안이 아들을 완전히 소진했다”고 말했다.
런던 동부의 한 병원 밖에 도착한 구급차에서 환자를 이송중인 의료진. AP뉴시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