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순간 최초 목격한 쿠팡 직원 “신고요청 묵살당했다”

입력 2021-06-22 04:53 수정 2021-06-22 09:52
KBS 뉴스 화면 캡처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 불이 난 것을 최초 목격한 노동자가 보안요원 등 쿠팡 관계자에게 두 차례나 화재 신고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노동자는 퇴근시간만 아니었어도 자신도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KBS는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1층에서 포장 업무를 하던 쿠팡 직원 A씨는 화재경보기가 울렸지만 다들 오작동이라고 무시했다고 21일 보도했다. A씨는 매체에 “(17일) 5시10분쯤부터 계속 화재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다들 그냥 오작동이다. 관리자분들도 얘기하니까”라고 말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퇴근 시간이 다가와 새벽 5시26분쯤 출구 쪽으로 다가간 순간 메케한 연기가 자욱했다고 한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없다 보니 직접 119에 신고할 순 없었다. 일단 불이 난 것도 모른 채 상자를 트럭에 싣던 노동자들에게 달려가 불이 났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러고는 통로 너머 비작업구역에 있는 보안 요원에게 황급히 뛰어가 불이 났다고 알렸다. A씨는 “‘본인이 알아서 할 테니까 퇴근해라’라고 했다. 신고라도 해 달라고 얘기했지만 그 또한 무시했다. 진짜 이러다가 사람 죽으면 어떻게 하냐. 그랬지만 무전 한 번을 안쳐주더라”고 말했다.

다시 지하 2층으로 내려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코로나 감시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도 알렸지만 역시 묵살당했다고 했다. A씨는 “(코로나 감시 직원이) 엄청 크게 그냥 웃었다. 처음에는 화통하게. 와하하하 이런 식으로”라며 “대피방송까지도 얘길 했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해주질 않고 ‘퇴근해라. 헛소리 말고’ 이런 식으로 얘기를”이라고 했다.

그사이 대피 방송은커녕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스프링클러가 터졌다면 퇴근하신 분들 모든 사원분 옷은 젖은 상태에서 나왔겠다”라고 했다. 결국 119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새벽 5시36분이었다.

이는 쿠팡 측이 A씨 신고를 보다 빨리 전했다면 초기 진압이 더 빨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는 입장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20분부터 30분 사이에 시작됐다. 소방 당국은 대응 2단계 발령 등 사활을 건 진화작업 끝에 화재 발생 나흘째인 19일 낮 12시25분 초진에 성공했다. 다음 날인 20일 오후 3시36분을 기해 대응단계를 모두 해제했다. 이 화재로 쿠팡 근로자 등에 대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현장에 투입된 김동식 구조대장이 숨지고 그와 함께한 팀장 소방관 1명이 다쳤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