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 명단을 온라인에 공개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시민단체 대표가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진 강민서 ‘양육비 해결모임’ 대표에 대해 21일 원심을 깨고, 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공소장 혐의 변경을 신청한 검사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앞서 강 대표는 2018년 ‘배드페어런츠(애초 명칭은 배드파더앤마더스)’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왔다. 이후 자신의 이름·나이·사진 등이 공개된 것을 알게 된 A씨가 2019년 6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강 대표를 고소했다. 검찰은 강 대표를 약식기소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강 대표가 불복해 정식 재판이 열렸다.
강 대표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게시글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고소인 배우자가 제출한 자료, 양육비 지급을 명한 판결문 등을 확인하고 글을 게시한 경위를 고려하면 전체 내용 중 일부가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게시글의 주된 목적은 공개적 비방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인터넷 공간에 공개된 신상정보는 전파성이 매우 강하고, 명예 침해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공익보다 피해자의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판시했다. 강 대표는 벌금을 내는 대신 노역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