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는 2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원심은 직권남용죄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기계적 판결로 다시 한번 국민을 실망시켰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는 1심 구형량과 동일하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던 2015년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문설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검찰 항소로 2심이 진행됐다. 1심은 임 전 판사가 재판에 개입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 것과는 별개로 재판 개입을 시도할 수 있는 사법행정권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이 성립할 수 없다’는 1심 재판부 논리에 맞서 직권의 범위를 넓게 해석했다. 당시 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한 임 전 부장판사에게 사법행정을 수행할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었고, 공무원의 월권 행위를 직권남용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사법행정권 명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권한을 부정한 1심 판단은 옳지 않다는 의미다.
검찰의 논리는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윤종섭)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것과 같은 논리다. 당시 재판부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등이 재판사무를 지적할 ‘지적 권한’이 있고, 재판개입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법관 독립 원칙을 어기고 다른 법관에게 의견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법관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재판할 방법을 강구하기도 하고, 힘이 닿지 않아 (법관들이) 인신공격을 받을 때는 그들과 함께 가슴 아파했다”며 “검찰이 말한 사건들도 이런 상황 속에 있었던 점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