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두통’ 호소 외면… TTS 사망 30대, 백신 부작용 인정

입력 2021-06-21 17:31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으로 확진된 지 하루 만에 숨진 30대 남성 A씨에 대해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최종 인정했다. 두통과 구토로 찾아간 의료기관에서 제때 알맞은 검사·치료를 받지 못한 것이 사망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8차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에서 A씨 사망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의 인과성을 인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7일 백신을 맞았고 20일 뒤에 숨졌다. 그동안 피해조사반이 심의한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224건 중 인과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TS는 조기에 치료하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부작용이라 했지만 ‘진단 공백’ 앞에선 소용 없었다. A씨는 두통과 구토를 호소하며 지난 5일 찾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TTS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흘을 흘려보냈다. 혈소판 수치 확인을 위한 혈액검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국내 첫 TTS 환자인 B씨도 두통 이후 경련 등 추가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입원해 TTS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팀장은 “두통 등 비특이적인 증상 탓에 (TTS를) 의심하는 게 늦어진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1일 서울 동작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의료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TTS를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TTS 의심 환자를 찾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심한 두통, 구토, 시야장애, 흉통 등을 호소하거나 쉽게 멍이 드는 환자들에 대해 혈액검사를 하도록 (의료기관에)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30세 미만인 AZ 접종 제한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히 TTS 감시만 확대하면 유사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상급 의료기관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혈액검사는 간단해 1차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향후 접종이 (화이자 모더나 같은) mRNA 백신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인 만큼 지금 (연령 제한 등) 전략을 수정해도 실질적인 의미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